강원FC의 강한 압박과 높은 에너지 레벨은 단순히 많이 뛰는 축구가 아니었다. 앞에서 공격을 전개하면서도 공을 잃은 뒤 상대 역습까지 미리 계산한다. 그 바탕에는 정경호 강원FC 감독의 세밀한 전술 설계가 있었다.
올 시즌 강원은 7승6무3패, 승점 27을 기록하며 리그 5위에 올라 있다. 상위권 팀들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이라 12일 FC서울전에서 승리하면 2위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강원 상승세의 핵심은 단연 강한 압박이다. 엄청난 활동량을 앞세워 상대가 공을 잡으면 빠르게 달라붙고, 패스 길목까지 좁혀 상대의 선택지를 지운다. 상대 실책까지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실제 강원은 지난 4일 열린 전북현대와 원정경기에서도 압박의 힘을 보여줬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8분 상대 진영에서 공을 끊어낸 뒤 곧바로 공격 찬스로 전환했고, 이유현이 추가골을 뽑아냈다. 덕분에 강원은 험난한 전북 원정에서 2-1 승리를 챙겼다.
강원의 압박 전술은 한 가지 형태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개인의 활동량뿐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움직이는 팀 전술이 중요하다. 전북전에서도 이러한 압박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정경호 감독의 디테일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정경호 감독은 전북전을 마친 뒤 '커버 섀도우'와 '레스트 디펜스'를 강조했다. 커버 섀도우는 상대의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 전술이다. 단순히 공을 가진 선수만 쫓아다닌다고 성공하는 압박이 아니다.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동료들과의 위치, 간격, 방향이 유기적으로 유지돼야 위력을 발휘한다.
강원 선수들은 정경호 감독의 세세한 지도와 설명 덕분에 복잡한 전술적 요구도 경기장 안에서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현은 커버 섀도우에 대해 "최전방에 있는 선수들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며 "투톱이 상대 센터백을 압박하면서 상대 미드필더에게 향하는 패스 경로까지 차단하면 2~3명으로 상대 4명까지 막을 수 있는 수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경호 감독님께서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가 구조적으로 이기고 들어갈 수 있도록 굉장히 디테일하게 알려주신다. 빌드업을 할 때나 수비할 때도 '상대가 이렇게 나오니 이렇게 해야 한다', '상대 수비 대형이 이렇게 되니 이렇게 공략해야 한다'는 부분을 세세하게 설명해주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시기 때문에 운동장에서 구현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레스트 디펜스는 팀이 공격하는 상황에서도 상대 역습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를 미리 해놓는 전술이다. 공격에 실패해 공을 잃더라도 곧바로 위기에 몰리지 않도록 뒤에 남아 있는 선수들이 상대 역습 경로를 파악하고, 차단할 수 있는 위치를 잡는 것이 핵심이다.
이유현은 "정경호 감독님께서 이런 부분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준비해주신다"며 "공격할 때도 누가 어느 위치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 공을 잃었을 때 상대가 어디로 나올 수 있는지, 그 길목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구조가 잘 잡혀 있기 때문에 상대 역습을 차단하고, 다시 우리 공격으로 전환하는 장면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경호 감독은 이런 전술 부분들을 언급하며, 여러 차례 강원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체력 소모가 큰 한여름에도 강원의 축구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기혁은 "우리 선수들이 뛰는 것만 봐도 많은 분들이 많이 뛴다고 생각하실 것"이라며 "솔직히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는 압박을 수행할 수 있는 공격수들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우리 팀 공격수들과 동료들이 그렇게 뛰어주기 때문에 에너지 레벨이 높은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기혁은 강원의 방향성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경호 감독님께서 끊임없이 얘기하시는 부분이 있다. 더운 날씨여도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를 끝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몇 가지 다른 플랜은 세울 수 있겠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 자체는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향성을 잘 잡고 우리만의 축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강원의 목표"라고 말했다.
정경호 감독 역시 선수단의 전술 이해도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100%는 아니더라도 선수들이 완벽에 가깝게 이해하고 운동장에서 구현하려고 한다"며 "경기가 풀릴 때의 상황, 카운터를 맞았을 때의 상황도 대비하고 있다. 선수들도 잘 알아듣고 상황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공격과 수비, 트랜지션 방식 등 이 과정들을 경기장에 쏟아내야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