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원석은 다 프로 갔다" 대학야구 냉정한 현실, 그런데 '왜' KBO 스카우트는 U-리그 찾나

김동윤 기자
2026.07.14 07:31
이승종 부산과기대 감독은 좋은 원석이 이미 프로에 다 갔다며 대학 야구의 냉정한 현실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KBO 스카우트들은 고교 시절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가 뒤늦게 성장하는 경우를 찾기 위해 대학 U-리그 현장을 누비고 있다. 대학 선수들은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만큼 간절함이 크고 사회성이 좋아 팀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 정현수. 송원대 출신 정현수는 2024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3번으로 롯데에 지명돼 대학야구 재조명에 신호탄을 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좋은 원석은 이미 다 프로에 갔다."

대학 야구의 현실을 묻자 이승종 부산과학기술대(부산과기대) 감독은 냉정하게 답했다. 그런데도 2027 KBO 신인드래프트를 두 달여 앞둔 스카우트들은 고교야구 전국대회가 열리는 서울 신월·목동야구장뿐 아니라 대학 U-리그가 진행 중인 충북 보은까지 누비고 있다.

올해는 고교 3학년 선수들의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대학 선수들을 향한 관심도 예년보다 커졌다. 다만 대학 선수가 3라운드 이내 상위 지명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 지난해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박정민(23)처럼 확실하게 두각을 드러낸 선수가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도 즉시전력감 대학 선수들이 중·하위 라운드에서 선택받을 가능성이 크다.

고교 시절 하위 지명 후보가 대학 진학 후 1라운드급 선수로 성장하는 일이 흔한 미국, 대학리그에서도 꾸준히 상위 지명자가 나오는 일본과는 다른 현실이다. 선수층과 인프라의 차이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유망주 대부분이 고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로 향한다는 데 있다.

이 감독은 "당분간 대졸 1라운드 선수가 나오긴 쉽지 않다. 과거에는 프로 지명을 받고도 대학에 가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좋은 원석이 이미 프로에 다 갔다"라며 "대학 선수가 1라운드 지명을 받으려면 구속과 구위, 완성도도 훨씬 더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고등학교 선수들이 4년제 대학교가 아닌 2년제 대학교를 선택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2년 안에 빠르게 프로에 재도전하겠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야구 현장 관계자들의 생각은 또 달랐다.

SSG 정준재(가운데). 동국대 출신 정준재는 2024 KBO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50번으로 SSG에 지명돼 가장 성공적으로 1군에 정착한 대학야구 선수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이 감독은 "최근 2년제 대학에서 지명자가 많이 나온 건 당시 선수층이 좋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도 지명되겠다 싶은 선수들이 프로에 못 간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 선수들이 2년제를 많이 갔고 성과도 좋았다"라며 "프로에 가려고 일부러 2년제로 가는 선수는 많지 않다. 대부분 4년제 진학이 어려워서 온다"고 설명했다.

프로에 가지 못한 제자들을 챙겨야 하는 고교 사령탑의 생각도 비슷하다. 대구고 손경호 감독은 "2년제 대학은 선수 수도 많고 공식 경기 수가 적기 때문에 2년 만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도 끝내 프로에 가지 못했을 때의 미래까지 생각해 4년제 대학 진학을 권하는 편"이라고 현실을 전했다.

그렇다면 KBO 스카우트들은 왜 여전히 대학리그에 전국 이곳저곳을 다닐까. 고교 시절 부상이나 출전 기회 부족으로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가 신체 성장과 훈련을 거쳐 뒤늦게 터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많아야 한 자릿수에 불과하더라도 선수층이 넓지 않은 KBO 리그에서는 놓칠 수 없는 자원이다.

대학 선수만의 장점도 있다. 한 차례 지명 실패를 경험한 만큼 간절함이 크고, 일반 학생들과 생활하며 사회성과 적응력을 키운다는 평가다. 한 KBO 구단 스카우트는 "대학 선수들은 정말 간절하게 야구한다. 그런 선수들이 팀 분위기에 주는 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프로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대학 선수들이 눈치가 빠르고, 조금만 못하면 도태된다는 사실을 잘 알아 팀 분위기 전환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대학 선수들이 상위 지명 고졸 선수들과는 2년이 지나도 차이가 있겠지만, 하위 라운드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롯데 박정민. /사진=김진경 대기자

결국 인식을 바꾸는 건 실력과 결과다. 그런 면에서 박정민의 사례는 대학 야구에도 큰 힘이 된다. 올해 박정민은 대졸 신인임에도 전반기를 39경기 5승 2패 9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으로 1군에 안착했다.

이 감독은 '대학 야구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박정민 같은 선수가 중요하다. 박정민 선수가 프로에서 통하면 '대학에서 저 정도 선수는 뽑을 수 있구나'라는 기준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력이 부족하면 안 뽑는 게 당연하다. 그걸 불평할 생각은 없다. 다만 대학 선수들도 충분히 능력 있고 잘하는 선수들이 있으니 그 부분을 조금만 더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최근 KBO 구단들의 적극적인 육성 선수 영입과 3군 확대 움직임도 대학 야구에는 반갑다. 이 감독은 "대학 야구를 말할 땐 현실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불평만 할 순 없다. 프로에서 육성 선수를 많이 뽑아주는 것도 우린 정말 감사하다. 대학 선수들은 육성도 안 되면 정말 갈 데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프로 유니폼을 입어본다는 것 자체가 3개월이든 6개월이든 대학 선수들에겐 정말 소중한 일이다. 그 문이 더 열리려면 선수도 지도자도 더 잘해야 한다. 현실을 탓하기보다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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