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를 흔들었던 '공중부양 세리머니'가 마침내 메이저리그 무대에 상륙했다. 화려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세리머니에 현지 언론들은 물론이고 팬들의 시선까지 단숨에 사로잡았다. 바로 좌완 투수 제프리 얀(30·뉴욕 메츠)의 이야기다.
제프리 얀은 6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MLB)'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원정 경기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위기는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무사히 마친 셈이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얀의 '시그니처' 세리머니였다. 6회말 무사 1, 2루 위기 상황서 등판한 얀은 첫 타자를 삼진으로 솎아낸 뒤 특유의 점프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어 체인지업으로 체이스 들로터를 삼진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을 때는 더 높이 펄쩍 뛰어오르며 포효했다.
얀의 탈삼진 직후 동작에 상대 팀 클리블랜드의 스티븐 보트 감독이 즉각 강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체크 스윙 판정에 대한 항의로 보였지만 아주 공교로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미 제프리 얀은 국내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KBO리그 세리머니 끝판왕인 박상원(한화 이글스)은 양반으로 보일 지경", "한국에 오면 황재균한테 '너 일루와' 당하겠다"며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진 선수다.
하지만 이 유쾌하고 화려한 세리머니 뒤에는 남다른 인간 승리의 서사가 숨어있다. 미국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16세의 나이에 도미니카공화국에서 LA 에인절스와 국제 계약을 맺으며 프로 무대에 입문한 얀은 2016년 토미 존 수술을 받은 뒤 무려 5년 동안 프로 마이너리그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기간 얀은 아리조나에서 건설 현장 인부와 배달원 등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지붕 공사를 하면서도 야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고, 2021년 마이애미와 계약하며 복귀에 성공했다.
더블A 시절부터 삼진을 잡을 때마다 몸을 던져 기쁨을 표현하기 시작한 그는 소셜미디어(SNS)에서 '공중부양 투수'로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2024년 일본프로야구(NPB) 세이부 라이온즈, 2025년 콜로라도 로키스를 거쳐 이번 시즌을 앞두고 메츠와 마이너 계약을 맺은 얀은 이번 시즌 더블A와 트리플A에서 41⅔이닝 동안 무려 77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마침내 빅리그 호출을 받았다. 결국 데뷔전에서 팀의 6-5 승리에 홀드를 적립하며 힘을 보탰다.
30세에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은 얀은 경기 후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저 야구 자체를 즐기고 있을 뿐"이라는 데뷔 소감을 전했다. 앤디 그린 메츠 감독 대행 역시 "얀은 확실한 구위를 가진 투수다. 존 안에 공을 넣을 수 있다면 정말 독특하고 재능 있는 좌완 투수"라며 "무엇보다 정말 높이 뛴다"고 웃었다.
막노동판을 전전하면서도 끝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 특유의 텐션을 유감없이 발휘한 제프리 얀. 그의 화려한 점프가 빅리그 무대에서 어디까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