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보금자리 밀워키 브루어스 홈팬들 앞에 최고의 데뷔전을 치른 배지환(27)이 급박했던 지난 5일을 돌아봤다.
배지환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2026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미네소타 트윈스와 홈 경기에서 대수비로 출전해 1타수 1안타로 밀워키의 4-3 역전승에 기여했다.
7회초 수비를 앞두고 브랜든 록릿지와 교체된 배지환은 중견수로 밀워키 데뷔전을 치렀다. 하이라이트는 양 팀이 3-3으로 맞선 7회말 1사였다. 배지환은 좌완 A.J. 민터의 초구 바깥쪽 커터에 방망이를 대며 1루로 전력 질주했다. 공은 절묘하게 1루 파울라인을 타고 느리게 굴렀고, 1루수 빅터 카라티니가 송구했을 때는 이미 배지환이 1루에 도달한 뒤였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으나 배지환은 9회말에도 희생번트에 성공했다. 새로운 홈팬들에게 자신이 어떤 강점을 가진 선수인지를 두 차례의 번트로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빠른 발과 번트 능력,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활용도는 배지환이 빅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줄곧 내세웠던 무기였다.
이후 밀워키는 연장 10회말 1사 1, 2루에서 제이크 바우어스의 좌전 1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4-3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배지환으로서는 새 유니폼을 입은 첫날 안타와 팀 승리를 모두 맛봤다.
경기 후 배지환이 현지 취재진과 만나 공개한 첫 안타의 뒷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배지환의 경기 출전은 불투명했다. 밀워키 지역 매체 '밀워키 저널 센티널'의 토드 로지액 기자는 "배지환에게 지난 24시간은 정말 정신없는 기간이었다"라는 말과 함께 뒷이야기를 전했다.
로지액 기자가 공개한 배지환의 일정을 따라가면 말 그대로 강행군이었다. 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A 시라큐스에서 원정 일정을 마친 뒤 돌아온 배지환은 지난 4일 방출 통보를 받았다. 곧장 짐을 꾸려 집이 있는 플로리다주 탬파로 이동했다.
며칠 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밀워키가 배지환에게 손을 내밀었고, 9일 마이너리그 계약이 성사됐다. 배지환은 밀워키 산하 트리플A 내슈빌 사운즈에 합류하기 위해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당시 내슈빌은 멤피스에서 원정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하지만 멤피스에서도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공교롭게 밀워키 최고 유망주이자 유격수 쿠퍼 프랫(22)이 같은 날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 빅리그 야수진에 갑작스럽게 변수가 발생하면서 배지환에게도 곧바로 밀워키행 가능성이 생겼다.
멤피스에서 경기를 마친 배지환은 새벽부터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밀워키 클럽하우스에 도착한 시간은 당일 오전이었다. 불과 며칠 동안 시라큐스와 탬파, 멤피스를 거쳐 밀워키까지 미국 동부와 남부, 중부를 오가는 이동을 반복한 셈이다.
밀워키에 도착한 직후에도 상황은 계속 바뀌었다. 처음부터 이날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다. 기껏해야 택시 스쿼드를 예상했다. 택시 스쿼드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변수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팀과 동행하는 예비 선수 성격이 강하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경기 직전이었다. 배지환은 그제야 자신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록됐다는 사실과 경기 후반 출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불과 5일 전 방출 통보를 받았던 선수가 새 팀과 계약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빅리그 그라운드에 섰다.
정확히는 지난해 9월 15일 이후 약 11개월 만이었다. 배지환은 "정말 신났다. 팀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다. 접전 상황에서 경기에 들어가 처음에는 조금 긴장됐지만, 금방 신나는 감정으로 바뀌었다. 정말 재미있었다"라고 웃었다.
경북고를 졸업한 배지환은 2018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2022년 피츠버그에서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고, 2023년에는 중견수와 2루수를 오가며 111경기에 출전했다. 이후 입지가 조금씩 좁아졌고 2025시즌을 마친 뒤 피츠버그를 떠나 메츠로 향했다.
메츠에서는 빅리그 기회조차 얻지 못했지만, 밀워키에서는 단 하루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배지환은 "어제(9일) 트리플A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이틀 동안 새로운 사람을 200명 정도 만난 것 같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