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상업적 권한 매각 추진으로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영국 매체 'BBC'는 11일(한국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사퇴 압박을 받는 인판티노 FIFA 회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다면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유럽축구연맹(UEFA),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인판티노 회장이 철회한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 프로젝트를 두고 "기만행위를 통해 신뢰를 깨뜨렸다"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발표한 이후 나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월드컵을 포함한 모든 FIFA 대회의 상업 및 티켓팅 권한을 관리할 신설 법인의 지분 21%를 사모펀드 투자회사에 매각하려는 계획이었다. 해당 투자 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의 형제인 조슈아 쿠슈너가 설립한 미국 벤처캐피털 스라이브 캐피털이 이끌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해당 프로젝트가 드러난 이후 인판티노 회장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FIFA가 어떤 이유로든 지안니 인판티노 회장의 교체를 고려한다면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그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월드컵을 이끈 환상적인 사람이다. 인판티노 회장이 떠난다면 월드컵은 다시는 이전만큼 성공적이거나 수익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옹호에도 불구하고 인판티노 회장을 둘러싼 악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인판티노 회장이 과거 UEFA 사무총장 재직 시절 연하의 여성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UEFA는 인판티노 회장과 연인 관계였던 해당 여성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최소 수십만 파운드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했다. 말단 직원으로 알려진 이 여성은 간부급으로 승진했고, 퇴사 이후에는 연간 수강료가 약 4만 5000파운드(약 8600만 원)에 달하는 비즈니스 스쿨의 MBA 과정 수강료까지 UEFA 자금으로 지원받았다. 이 과정에서 유소년 축구 등에 쓰였어야 할 UEFA의 공금이 유용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이 해당 추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인판티노 회장은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그 여성을 퇴사시키는 방향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UEFA 측은 해당 입금 사실을 인정하며 "인판티노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소문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후 현대적인 거대 기구에 맞게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FIFA 대변인은 "인판티노 회장은 이러한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며 명백한 거짓"이라며 "UEFA나 FIFA의 어떤 직원도 그의 행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FIFA 지분 매각설에 UEFA를 비롯해 CONCACAF, AFC 등 대륙별 연맹이 연대를 선언하며 결사 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임하지 않을 경우 FIFA 회의 참여 전면 거부 등 강경한 보이콧까지 논의되고 있다. 로라 맥앨리스터 UEFA 부회장은 'BBC'를 통해 "단독적인 계획으로 계속 모든 걸 덮을 수는 없다. 내년에는 반드시 리더십의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미 웨일스를 비롯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세르비아, 스웨덴, 핀란드 등이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반면 모로코, 카타르, 남미 및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은 침묵하거나 지지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축구계 전반의 분열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반대파 세력은 비상 회의 소집 요구 요건(37명 중 19명)을 채워 인판티노 회장을 강제로 끌어내리거나, 오는 2027년 3월 모로코 총회에서 빅터 몬타글리아니 CONCACAF 회장,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 등을 대항마로 세워 정권 교체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