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팀에 도움이 많이 못 됐다."
부진에 부상까지 겹치며 최원태(29·삼성 라이온즈)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 값진 호투였다.
최원태는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82구를 던져 5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6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옵션 12억 포함) 70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최원태는 지난해 8승 7패, 평균자책점(ERA) 4.92를 기록했으나 올 시즌 17경기에서 3승 4패에 그쳤다.
지난달 29일 오른팔 근육 미세 손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최원태는 17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1㎞가 찍혔고 두 가지의 종류의 패스트볼을 46구 던졌다. 직구의 위력이 살아 있었고 그로 인해 변화구도 더 효과적으로 먹혀 들었다. 커터를 16구, 체인지업 15구, 커브 5구를 섞으며 한화 타선을 제압했다.
시작이 좋았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마친 최원태는 1회 마지막 타자와 2회 첫 타자 강백호에게 모두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어 노시환에겐 같은 코스에 커터를 뿌려 다시 한 번 삼진을 잡아냈다.
4회까지 특별한 위기 없이 45구만 던진 최원태는 운명의 5회를 맞았다. 지난 두 경기에서 모두 5회를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던 뼈아픈 경험이 있던 최원태는 5회가 되자 흔들렸다. 선두 타자 채은성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고 1사에선 이도윤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하위 타선에 맞은 안타라 더욱 뼈아팠다.
그러나 심우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최원태는 최인호에게도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며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었고 결국 절묘한 체인지업으로 삼진아웃을 잡아내고 승리 요건을 챙겼다.
5회말 강민호와 이재현의 백투백 홈런을 비롯해 3점을 더 추가한 뒤 4점의 리드 속에 6회 마운드에 올랐다.
6회초 1사에서 문현빈에게 던진 체인지업에 가운데로 몰리며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강백호를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투구수는 여전히 80구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노시환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삼성 벤치가 움직였다. 최원태 대신 우완 이승현을 올려보냈다. 다행히도 추가점을 내주지 않으며 이닝을 마쳤고 최원태의 승리 자격은 유지됐다.
6회 구자욱의 스리런 홈런 등 4점을 더 달아난 덕에 8회 4실점했지만 8-5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최원태는 시즌 4번째 승리(4패)를 따냈다. 평균자책점(ERA)도 5.04에서 4.83으로 낮췄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최원태가 준비를 잘 하고 돌아왔다"며 "마운드 위에서 좋은 구위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경기를 잘 풀어갔다. 앞으로 등판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마음이 컸던 최원태는 초심을 찾기 위한 특별한 패션까지 시도했다. 최원태는 "형들이 많이 도와줬다. (최)형우 형이 던지기 전에 마음을 편하게 해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고 (이)승현이 형을 보고 10년 전에 입어보고 안 입어본 농군(양말을 바지 위로 올려 입는 패션)도 입어봤다.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전날 먼저 콜업된 강민호와 호흡도 잘 맞았다. "(강)민호 형이랑 전력 분석할 때 이야기를 많이하면서 서로 잘 맞춰놨던 부분이 좋게 작용한 것 같다"며 "오늘 직구가 괜찮아서 세게 던지고자 했다. 민호 형 리드가 좋아서 민호 형에게 꼭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팀에 도움이 많이 못됐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