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평가전에서는 시작부터 4연속 안타를 맞았다. 그런데 소속팀 사령탑은 걱정보다 웃음이 먼저 나왔다. 적어도 평가전 한 경기의 난조가 오원석(25)을 바라보는 이강철(60) KT 위즈 감독의 구상을 바꾸지는 않았다.
오원석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국군체육부대(상무)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비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출발부터 흔들렸다. 선두타자 정현승, 장재영, 이율예, 박한결에게 연속 4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이승현을 스리번트 아웃으로 잡고 박관우를 병살타로 처리하며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올 시즌 성적만 봐도 안정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오원석은 KT에서 21경기에 등판해 6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5.92를 기록했다. 92⅔이닝 동안 30볼넷과 88탈삼진을 기록했고 피안타율은 0.298,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52에 달했다.
대표팀에서도 좌완 불펜 활용을 놓고 고민이 있었다. 류지현(55) 대표팀 감독은 "불펜에 좌완 투수가 배찬승 한 명밖에 없다"며 김진욱을 선발이 아닌 불펜 카드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김진욱은 올 시즌 피안타율 0.250, WHIP 1.33으로 오원석보다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강철 감독은 오원석의 평가전 난조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강철 18일 수원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대표팀에서 4연속 안타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괜찮다"고 웃으면서 "(오)원석이는 돌아와서도 불펜으로 활용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KT가 주목한 건 9월 들어 보여준 불펜 투구였다. 오원석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구원 투수로 변신해 9월 3경기에 등판했다. 한 경기에서 최대 3이닝까지 책임지는 등 짧은 이닝을 전력으로 던지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롱릴리프 가능성을 시험했다.
결과도 평균자책점 1.42로 정규시즌 전체 성적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올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322, 우타자 상대 0.284로 좌타자에게 오히려 더 고전했지만, 통상적으로 좌우 타자를 크게 가리는 유형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전)용주 하나로는 힘든데 (오)원석이처럼 좌완 하나가 더 있으면 2이닝을 메울 수 있다. 그리고 원석이는 좌우를 안 가린다"고 평가했다.
현재 KT 불펜 사정을 생각하면 더욱 반가운 변화다. 유일한 좌완 필승조 전용주는 올 시즌 오랜 재활을 끝내고 불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60경기 4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4.15, 43⅓이닝 43탈삼진을 마크하며 KT 1위 등극에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9월 5경기 평균자책점 5.40으로 최근 들어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구속까지 떨어지면서 시속 140km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전날(1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아파서 뺀 건 아니다. 갑자기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다. 도저히 이 상태로는 상대를 이기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부동의 마무리 박영현(23)까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됐다. 시즌 막판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KT로서는 불펜 한자리, 한 이닝이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오원석이 대표팀에서 돌아온 뒤 선발만 고집할 이유가 없는 배경이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선발이 경기 초반 흔들렸을 때 2~3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좌완 롱릴리프의 가치가 더욱 커진다.
아쉬운 상황에도 유머를 잃지 않은 사령탑이다. 전용주는 2019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좌완으로, 2019년부터 KT를 이끈 이강철 감독이 가장 처음 맞이한 신인이다. 전용주는 안산공고 시절 뛰어난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나, 잦은 부상과 제구 난조로 올해 전까진 44경기 18⅔이닝 소화에 그쳤다. 올해가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이고 경기 수와 이닝 모두 단연 커리어하이다.
이 감독은 "(전)용주가 나랑 입단 동기다. 그런데 올해 얼굴을 (제대로) 처음 본다. 그만큼 재활했으면 됐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용주도 8년 만에 처음으로 이렇게 많이 나가고 던지는 거라 이해된다. 그래도 내가 있는 동안 한 번은 잘해줘서 고맙다. 정말 고마운 것이 팀이 힘들 때 옛날에 뽑았던 선수들이 하나씩 해준다"고 미소 지었다.
전용주가 다시 힘을 회복하더라도 KT가 가을야구까지 바라보는 상황에서 좌완 불펜 한 명만으로 버티기는 쉽지 않다. 오원석이 대표팀에서 어떤 성적을 내고 오든 KT가 국대 좌완을 기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