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레전드' 아버지와 어깨 나란히, 이제는 직접 '전설의 길' 걷는 여서정 [나고야 현장]

나고야(일본)=김명석 기자
2026.09.25 05:30
여서정 선수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에서 압도적인 점수 차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우승으로 여서정은 아버지 여홍철 전무이사와 아시안게임 금메달 2회 타이를 이뤘으며, 한국 여자 체조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를 기록했다. 두 차례의 수술과 재활을 이겨내고 정상에 선 여서정은 부상을 보상받는 기분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도마 금메달리스트 여서정이 24일 나고야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체조 개인전 여자 도마 시상식에서 북한 안창옥과 함께 메달세리머니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cameratalks@

"아빠의 길을 똑같이 걸어가고 있는 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대한민국 기계체조 국가대표 여서정(24·제천시청)이 환하게 웃었다. 24일 일본 나고야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금메달을 딴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이번 금메달로 아버지인 여홍철(55)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와 아시안게임 금메달 2회 타이를 이룬 그는 "아빠랑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여서정은 1차 시기에서 14.466점을, 2차 시기에서 14.100점을 각각 받았다. 1·2차 시기 평균 점수 14.283점, 그리고 보너스 0.2점을 더한 14.483점이 그의 최종 점수였다. 이날 결선에 나선 8명의 선수 가운데 1·2차 시기 통틀어 14점대 기록을 남긴 건 여서정과 안창옥(북한·1차 시기)뿐이었고, 최종 점수가 14점대인 건 여서정이 유일했다. 2위 안창옥과는 0.8점 이상 차이가 났다. 동메달과 4위 간 격차가 불과 0.001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서정의 기록은 더욱 압도적이었다.

덕분에 여서정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인도네시아) 대회에 이어 8년 만에 아시안게임 시상대 제일 위에 섰다. 당시 16살의 나이로 아시안게임 부녀 금메달 진기록을 세운 데 이어, 8년이 흐른 이번에는 아버지가 세웠던 아시안게임 금메달 2회 기록을 따라잡았다. 특히 여자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딴 건 여서정이 최초다. 그동안 '여홍철 딸'이라는 수식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면, 어느덧 직접 새로운 레전드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 모양새다.

여서정이 24일 나고야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체조 개인전 여자 도마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 2026.09.24. /사진=강영조 cameratalks@
여서정이 24일 나고야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체조 개인전 여자 도마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 2026.09.24. /사진=강영조 cameratalks@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다는 점에서 더 값진 결과였다. 여서정은 지난 2024 파리 올림픽 이후 두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아킬레스건 수술을 또 받았다. 종목 특성상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두 부위를 수술했다. 스스로도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두 차례나 수술대에 올라야 했던 당시를 꼽는다.

그러나 여서정은 포기하지 않고 재활에 몰두했고, 기어코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를 털어내며 지난 6월 아시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라 건재를 알렸다. 나아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압도적인 기록으로 시상대 제일 위에 우뚝 서며 한국 기계체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여서정은 "8년 만에 금메달을 따게 됐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너무 행복하고 감격스럽다. 부상을 이겨내고 다시 올라왔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더 의미가 깊다"면서 "부상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그걸 다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빠는 경기를 앞두고 '어제도 잘했고 오늘도 잘할 거다.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마음 졸이면서 경기 보셨을 텐데 많이 믿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한국에 돌아가면 소고기를 사달라고 해야겠죠"라며 웃어 보였다.

여서정이 24일 나고야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체조 개인전 여자 도마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금메달을 따낸 후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2026.09.24. /사진=강영조 cameratalks@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체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이 열린 25일(현지시각)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코리아하우스에서 여홍철 교수가 딸인 체조 금메달리스트 여서정에게 금메달을 걸어준 후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