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도 없었는데, 김상식 한마디에 완전히 바뀌었다... "우린 원팀, 서로 탓하지 말자" 5년 꼴찌 삼성, KBL 최초 9연승

이원희 기자
2026.10.31 08:58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서울 삼성이 고양 소노를 95-87로 꺾고 KBL 역사상 최초로 개막 9연승을 달성했다. 5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삼성은 대형 영입 없이도 김 감독의 '원팀' 강조와 세심한 지도 아래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단합과 정확한 경기 방향 제시가 대기록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밝혔다.
김상식 서울 삼성 감독. /사진=KBL 제공

"서로 탓하지 말고 하나로 뭉치자."

김상식 감독의 한마디에 서울 삼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지난 30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고양 소노와 2026~2027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95-87로 승리했다.

이로써 삼성은 개막 9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 종전 KBL 개막 최다 연승 기록인 8연승을 뛰어넘어 새로운 역사를 썼다. KBL 역사상 최초로 1라운드 9경기를 모두 승리한 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삼성의 지난 몇 년간 성적이다. 삼성은 2021~2022시즌부터 지난 2025~2026시즌까지 5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에도 16승 38패로 리그 최하위인 10위에 그쳤다. 오랜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7월 김상식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지만 스타급 선수 영입을 통한 대대적인 전력 보강은 없었다. 오히려 이원석과 박승재가 군에 입대했고, 이대성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삼성의 우승을 예상한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원주 DB는 다른 구단 감독 9명 중 무려 7명으로부터 우승후보로 지목받았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삼성은 개막 이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 결국 KBL 역사상 최초로 개막 9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놀라운 반전이다. 눈에 띄는 대형 선수 영입도 없었다. 오히려 핵심 선수들의 군 입대와 부상으로 전력 약화까지 우려됐다. 그런데 감독이 바뀌자 팀도 완전히 달라졌다.

김 감독은 소노전 승리 후 방송 인터뷰에서 "시즌 초반이고 1라운드이긴 하지만 꿈만 같다.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바로 '원팀'이었다. 그는 "서로 탓하지 말고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구단을 만들어보자고 강조했다"며 "연습할 때나 사생활에서나 팀과 선수들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말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부분들이 선수들의 단합으로 이어졌고, 경기력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선수들에게 단합만 강조한 것도 아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와 훈련 과정에서 혼란을 겪지 않도록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데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삼성 선수들이 김 감독에 대해 '정리를 잘해준다'고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대충 넘어가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물어보라고 했다. 정확히 짚고 넘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과 서로 얘기하다 보니 물어보지 않아도 미리 짚어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타임아웃이나 연습할 때 정확히 얘기해주려고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작전지시하는 김상식 감독(가운데). /사진=KBL 제공

김 감독의 지도력은 이번 소노전에서도 잘 드러났다. 소노의 외국인 선수 자니 오브라이언트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삼성 선수들은 골밑의 칸터에게 공격을 집중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오히려 평소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칠 것을 주문했다.

김 감독은 "상대 외국인 선수 오브라이언트가 다쳤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그쪽만 너무 공략했다"며 "상대도 케렘 칸터 쪽을 막기 위해 준비했을 텐데, 우리 선수들이 그쪽만 파고들다 보니 우리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임아웃을 불러서 우리 플레이만 하자고 했다. 칸터만 찾지 말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의 주문은 제대로 통했다. 삼성은 4쿼터에 76-78로 역전까지 허용했지만, 칸터의 골밑 득점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저스틴 구탕과 이규태의 연속 3점포를 앞세워 다시 주도권을 가져왔다. 여기에 이관희의 득점까지 더해지며 순식간에 86-78로 달아났다.

경기 종료 31.5초를 남기고는 이규태가 쐐기 3점포를 터뜨렸다. 결국 삼성은 원정에서 소노를 꺾고 역사적인 9연승을 완성했다.

김상식 서울 삼성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 감독은 9연승의 공을 특정 선수에게 돌리지도 않았다. 그는 "경기에 뛰는 5명과 식스맨 선수들도 있지만, 연습할 때 보면 모든 선수가 정말 열심히 한다"며 "누구 한 명이 아니라 선수들 모두를 칭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9연승을 되돌아본 김 감독은 지난 11일 소노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삼성은 4쿼터 11점 차 열세를 뒤집고 82-81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칸터가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역전 3점슛을 터뜨렸다.

김 감독은 "다 어려운 경기였지만 지난 소노전에서 칸터의 극적인 3점슛으로 승리하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떠올렸다.

삼성의 연승 행진에 팬들도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특히 삼성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오랜 팬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시즌이 되고 있다.

김 감독은 "팬 여러분께 너무 감사드린다. 이기는 것은 팬들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연습한 것이다"라며 "앞으로 지는 경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그때도 우리가 하는 플레이를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상식 감독을 비롯해 서울 삼성 선수들이 KBL 최초 개막 9연승에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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