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투자 강화하는 운용사, 회삿돈 투자해 새펀드 출시

한은정 기자
2015.03.12 16:03

자기운용펀드 투자 가이드라인 폐지..일반 주식형펀드 등에 자기자본 투입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새 펀드를 출시하면서 자기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주식형 펀드 등 공모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가운데 회삿돈을 투자해 책임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운용사들은 자기자본을 투입해 펀드 출시 초반에 성과를 쌓으면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펀드IR 기사 자세히보기

운용사들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자기운용펀드 투자 가이드라인'을 폐지하면서 자사 펀드에 자기자본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가이드라인은 그동안 자산운용사가 인덱스펀드, 단기금융펀드(MMF), 재간접펀드, 사모 부동산·특별자산펀드에 대해서만 1년 미만의 기간동안 자기자본의 10% 이내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들 펀드를 제외한 일반 주식형펀드 등에 대해서는 투자가 금지됐다.

대신자산운용은 지난 9일 여성 소비와 관련한 기업에 투자하는 대신UBP아시아컨슈머 펀드를 출시하면서 20억원의 자기자본을 넣었다. 서재형 대신자산운용 대표는 "예금에 있던 돈 20억원을 빼서 펀드에 투자했다"며 "투자자들에게 책임지고 펀드를 운용하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고 예금보다는 확실히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회사 수익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출시하자마자 1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몰리면서 출시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총 123억원의 자금이 설정됐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지난 11일 출시한 2개 펀드 가운데 중국본토RQFII 전환사채1호 펀드에 40억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는 공모펀드로는 업계 최초로 중국본토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펀드다. 신한BNPP운용은 중국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향후 100억원까지 자기자본 투자금을 더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가이드라인이 폐지되자마자 1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투자해 아시아장기성장주 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한국, 중국, 홍콩, 일본을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주식에 투자한다. 트러스톤운용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지역까지 투자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 자기자본을 넣었다고 밝혔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기존에 출시했던 펀드 가운데 신영마라톤아시아밸류 펀드에 자기자본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 펀드의 규모는 116억원이다. 자기자본 100억원을 투자해 본격적으로 트랙레코드를 쌓은 뒤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펀드 가운데서는 NH-CA자산운용이 지난 1월 출시된 주식형 펀드와 채권혼합형 펀드에 자기자본을 넣었다. 채권혼합형인 NH-CA Allset모아모아30 펀드와 모아모아15펀드에는 각각 1000억원과 300억원의 자금이 들어갔다. 주식형 펀드인 NH-CA Allset스마트베타+ 펀드에도 300억원이 투입됐다.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이 기존에도 자기자본이 포함된 사모펀드를 만들어 신규 공모펀드에 투자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기자본을 투자해왔던 만큼 실질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권사나 보험사 등 계열사가 있는 운용사들은 펀드 출시부터 자금모집이 수월하다"며 "중소형 운용사도 간접적인 투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넣고 펀드를 출시하는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의 자기자본 투자 방법이 편법적인 것이었다면 정당하게 자기자본을 넣고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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