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펀드수익률이 지난해에도, 올해 들어서도 계속 최상위권입니다. 그런데 펀드운용을 잘하면 뭐합니까. 수익이 나면 투자자들이 자꾸 자금을 뺍니다. 못해도 걱정이지만 잘해도 고민입니다.”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수익률이 높아서 좋겠다”고 말을 건네자 돌아온 푸념이다.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은 펀드에서 수익이 나면 바로 환매해버리는 습관이 있어 자금이 더 들어오기는 커녕 오히려 빠져나가는 딜레마에 밤잠을 설칠 지경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실제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펀드에 투자하는 목적보다는 수익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JP모간자산운용이 올해 한국투자자들의 펀드투자실태를 조사한 결과 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예상보다 수익률이 안좋아서’라는 대답이 35.5%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기대한 정도의 수익률을 올려서’라는 대답이 24.8%로 집계됐다. 펀드투자기간은 3년미만이 42.6%, 3~5년 미만이 25.6%였다. 펀드투자자의 절반 이상은 특별한 목적으로 펀드에 투자하고 환매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를 사고 수익률을 봐서 5년 이내에 환매한다’는 얘기다.
미국인들은 펀드투자는 유행이 아니라 꾸준히 자금을 쌓아 은퇴할 때 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펀드에 한 번 가입하면 10년이상 없는 돈 셈치고 묻어둔다. 장기간 펀드에 가입한 결과는 어마어마하다. 미국에서 30년 이상을 지낸 메리츠자산운용의 존 리 대표는 직장 초년시절부터 지금까지 미국주식형 펀드에 월급의 5~10%씩을 넣으면서 수십억원의 자산을 만들었다고 한다. 리 대표는 “미국에 중산층이 많은 이유는 주식투자에 있다”며 “단 월급의 5~10%를 노후나 자녀를 위해 장기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주식형 펀드 뿐만 아니라 국내주식형 펀드도 장기투자했다면 높은 수익률을 거뒀을 것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으로 설정된지 10년이 넘은 국내 주식형 펀드(설정액 100억원 이상) 86개의 평균 수익률은 126.82%였다. 같은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99.92%보다 26.9%포인트 높다. 이들 펀드 86개 가운데 72%에 해당되는 62개 펀드는 10년동안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냈다. 기준금리가 1%대에 접어드는 초저금리 시대의 재테크,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투자하는 습관부터 바꿔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