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선 돌파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코스피가 1800~2000선 초반에 머무르면서 박스권 하단에서 펀드를 싸게 산 뒤 박스권 상단에 오면 차익을 실현하는 패턴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이에대해 펀드 환매 이유를 은행 등 판매사들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투자자들이 스스로 차익 실현에 나서기 보단 펀드 갈아타기를 통해 수수료 수입을 늘리려는 판매사의 영업행태가 펀드 환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펀드IR 기사 자세히보기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8일까지 18거래일동안 단 하루를 빼고 17거래일동안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1조8707억원이 순유출됐다. 코스피가 2000선을 뚫고 올라간 지난달 17일경부터 환매가 본격화된 것이다.
코스피 2000선 돌파 이후 환매행진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이 2010년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코스피 구간에 따른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를 집계한 결과 1900~1950대에선 1조3940억원에 그쳤던 순유출 금액이 1950~2000 구간에선 10조8630억원, 2000~2050 구간에서는 13조92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결국 코스피 상승이 펀드 환매로 이어지고, 펀드 환매가 지수의 추가 상승을 막는 악순환이 박스권 탈피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온 것이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코스피가 상승해 수익이 잘 나도 돈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코스피 2000 전후구간에서 펀드 환매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상황을 두고 과거와 달리 판매사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판매사들이 펀드에서 수익이 나면 환매를 하고 다른 펀드로 갈아탈 것을 고객에게 권유하고 있어서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판매창구나 프라이빗뱅킹(PB)센터 등 오프라인에서 펀드를 가입하면 투자자들은 대부분 선취수수료를 떼는 A클래스로 가입하게 된다. 펀드의 클래스는 수수료 체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A, C, E 등으로 펀드명 끝에 붙는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지난 7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돈이 가장 많이 들어온 20개 펀드를 클래스별로 분석한 결과 A클래스가 아예 없는 2개 펀드를 제외한 18개 펀드 가운데 11개 펀드에서 A클래스로 자금이 가장 많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A클래스는 선취수수료를 떼는 대신 하루 단위로 계산되는 총보수가 저렴해 장기 투자자들에게 주로 추천되는 클래스다. 반면 C클래스의 경우 선취수수료와 후취수수료는 내지 않아도 되지만 총보수가 비싸기 때문에 단기투자를 하거나 중간에 환매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가입한다.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 A클래스의 평균 보수는 1.196%, C클래스는 1.731%로 0.5%포인트 넘게 차이가 난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A클래스에 가입할 경우 수수료를 먼저 내고 중간에 환매하면 수수료만 비싸게 물어 실질수익률이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판매사 입장에선 투자기간과 관계없이 선취수수료가 당장 수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A클래스를 추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판매사 직원들은 장기투자를 이유로 처음에 A클래스로 가입하기를 권유하지만 나중에 펀드에서 수익이 날 경우에는 자산관리를 핑계로 말을 바꾼다"며 "1억원짜리 펀드를 3~4개월에 한번씩 교체하면 수수료 수익으로만 1년에 300만~4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업계에선 펀드환매 때문에 A클래스를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일부 운용사들 사이에선 수익률 좋은 펀드가 '환매대상 1호'라는 불만도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에 환매를 권하는 펀드는 어김없이 수익이 많이 난 펀드"라며 "손해가 나거나 수익률이 부진한 펀드는 조금 더 기다려 보라고 하고 잘하는 펀드부터 팔아치우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