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순망치한'..한 스마트폰 부품업체의 좌절

김건우 기자
2015.10.02 03:30

"지금 스마트폰 부품업체는 너나할 것 없이 절박합니다.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한 스마트폰 부품업체의 대표는 최근 FPCB(연성회로기판) 전문기업 플렉스컴의 자금조달 무산과 관련, "그동안 곪았던 것이 터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업황 악화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스마트폰 부품업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

플렉스컴은 지난달 23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지분양도 계약의 효력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계약상대방인 에스디엑스가 계약금 및 1차 중도금을 납입하지 않은 탓이다.

최대주주인 하경태 플렉스컴 대표는 회사를 살릴 수 있는 700억원의 운전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경영권까지 포기하겠다는 각오였다.

플렉스컴은 2013년 연매출 5238억원, 영업이익 242억원을 기록한 우량기업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시장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고, 올해도 영업손실 3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렉스컴이 현재 자금이 필요한 것은 부채상환 목적이 아니라 FPCB 생산을 위해서다. 회사 측은 올해만 잘 넘기면 내년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자금조달이 더욱 절박할 수밖에 없다.

플렉스컴은 2013년 국내 스마트폰업체의 협력업체 중 가장 빨리 베트남에 진출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해지고, 이로 인해 공장가동률이 낮아지면서 회사는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플렉스컴처럼 대기업을 따라 베트남 등 해외에 진출한 다른 협력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경영위기를 부른 1차적 책임은 물론 해당기업들에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이들 기업들이 현재의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관련 대기업들은 자사의 실적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지원에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순망치한'이라고 협력 부품업체들이 무너진다면 국산 스마트폰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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