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알파고에 대한 기대

유지송 기자
2016.03.17 10:10

[머니디렉터]유지송 신한금융투자 연금기획부 팀장

기대와 달리 인간과 기계의 바둑 대결에서 기계의 압승으로 세기의 바둑대결이 마무리됐다. 인공지능(이하 AI)에 대한 화두는 더이상 체스나 바둑, 게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금융업계에서도 로봇이 고객에게 투자자문을 해 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 출시됐고 인공지능 매매시스템이 투자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연금분야의 '알파고'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근로자의 퇴직연금에 대해 개인별 맟춤형 투자자문 일임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퇴직연금 투자자문사 'Financial Engines'(이하 FE)가 그 주인공이다.

FE에서는 근로자가 현재 자신이 보유한 연금 포트폴리오와 투자성향, 리스크 선호도, 퇴직예정 시기 등을 입력하면 최적의 추천상품 조합과 퇴직시점 수익률과 인출가능 금액을 예측해 필요한 자산배분 및 리밸런싱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높은 부유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투자자문 서비스가 직장인 근로자의 퇴직연금 대상으로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베이비부머의 퇴직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향후 퇴직연금의 효율적인 운용을 원하는 연금 가입자의 니즈와 맞물리며 FE의 서비스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가 지속되면서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적립금의 효율적인 관리와 운용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AI가 제안하고 실행하는 연금 포트폴리오와 리밸런싱은 많은 예비은퇴자들에게 환영 받을 수단이다.

특히 연금관리의 핵심은 구체적 실행에 대한 문제다. 알고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연금상품이 개인의 판단으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결정한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연금자산이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여부다. 즉 과거에 내린 투자 결정이 지금도 유효한 것인지 현재의 연금이 그 목적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증명된 것처럼 AI의 최대장점은 두려움과 탐욕이 없다는 점이다. 연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편향에 휩쓸리지 않고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스스로 관리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내에는 아직 AI가 대신해주는 연금자문서비스는 없다. 다만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라고 했던 SF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처럼 연금에서도 알파고와 같은 AI가 개별맞춤형으로 연금관리를 해줄 날이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일 수 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자신의 연금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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