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 재테크할 '재(財)'가 없다?

김유경 기자
2016.06.15 10: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4세 아이를 키우는 40대 초반 송혜교씨(가명)는 급여통장에 잔고가 남는 일이 드물다. 돈이 들어왔다 나간 흔적만 보기 일쑤다. 좀 모였다 싶으면 전셋값 올려주기 바쁘다. "재테크를 할 '재(財)'가 없다"는 말이 한숨처럼 새나온다.

반면 70대 이미연씨(가명)는 1000만원의 자금을 굴리기 위해 3개월마다 증권사를 찾아 다닌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은행 정기예금 밖에 몰랐지만 기준금리가 역대최저치인 연 1.25%로 떨어진 지금, 은행의 정기예금은 후순위가 돼버렸다. 이씨는 3%대 금리를 주는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으로 갈아탔다.

'재테크할 재가 없다'는 직장인들의 말은 진실일까. 적어도 퇴직연금에 가입한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이라면 몰라서 하는 말이다.

송씨를 비롯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씨보다 많은 자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방치되고 있을 뿐이다. 퇴직연금 얘기다.

2005년 12월부터 시행된 퇴직연금은 매년 가파른 성장을 하며 9년만에 시장규모가 100조원을 넘었고 지난해말에는 12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가입자수는 590만4000명에 이른다. 퇴직연금 가입자 1인당 평균 2140만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즉 직장인들은 이 씨보다 2배 이상 많은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 확정기여형(DC형) 가입자의 비중이 지난해말 40%를 넘었다. 또 직장인이 본인 부담으로 추가 납입하는 IRP(개인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세제혜택 확대로 전년대비 44% 증가한 10조871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퇴직연금을 유치한 금융사도 가입한 직장인도 퇴직연금 가입 이후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은 원리금보장 상품인 연 1%대 정기예금에 방치돼 있다.

심지어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는 K은행 잠실지점 부지점장은 "은행원들도 대부분 안전한 정기예금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안이한 답변을 내놓는다. 운용·자산 관리수수료를 은행이 0.8%, 보험사가 0.7%, 증권사가 0.6% 수준으로 부과해, 은행이 가장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황당한 답변이다.

퇴직연금제가 시행되기 전 나온 허영만 화백의 '부자사전'에는 부자소질을 테스트하는 항목이 20개 나온다. 이 중에는 시중은행의 이자율이 몇 %인지 알고 있는지, 절세법을 아는지, 주식투자시 기대수익률은 20~30%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이 나온다.

허 화백이 이 책의 개정판을 낸다면 시중은행의 이자율 대신 퇴직연금 또는 개인연금의 수익률이 몇 %인지 알고 있는지로 바꿔야 할 듯 싶다. 아니 반영된 개정판이 나왔으면 좋겠다.

퇴직연금은 노후를 위해 장기간 운용해야 하는 만큼 재테크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자금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수익률이 높은 상품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오는 7월초순부터 IRP에서 개인연금으로 갈아탈 때 내는 퇴직소득세를 면제키로 했다.

이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도 재테크가 필요하다. 세테크만으로 만족하기에는 연금에 쌓이는 자금 규모가 너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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