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몰려 있는 올해 '슈퍼 주총 데이'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됐다.
국민연금은 올 하반기 주주권 행사 지침을 담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예고하고 민간 전문가에게 의결권 부의 요구권을 주는 등 주요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289개사에 달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금 자산 621조7000억원 중 131조5000억원이 국내 주식에 투자됐다.
국민연금은 지난 한해 총 708회의 주주총회에 참석해 2899건의 상정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중 373건(12.87%)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2016년 보다 반대표를 던진 비율은 2.8%포인트 높아졌다.
국면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의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의결권 행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능후 보건복지부 지난 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함께 기금운용체계 개편으로 투명하고 독립적인 기금운용 의사 결정구조를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본부를 공사 형태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국민연금의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실질적으로 보건복지부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고 기금운용본부 역시 과도한 정보의 통제하에 있다"며 "정부가 출자한 가칭 '기금운용공사'를 만들어 인사와 자산운용부분에서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적자금이라는 한계상 정부로부터 독립성 보다 투명성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적 자금이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며 "캐나다연금투자이사회(CPPIB)처럼 정부의 요청을 공개하고 의사결정 과정도 투명하게 공시하면 많은 부작용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연구위원은 "CPPIB도 재무부 등으로부터 수많은 요청을 받지만 도움이 되는 건 일부 수용하고 관련 내용들을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영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최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에서 20여명의 전문가들이 두 시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주요 안건들을 의결했다"며 "세부 지침안을 포함하면 수십 개가 되는데 과연 본업을 별도로 두고 있는 위원들이 이 방대한 내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