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자본시장 대통령 옛말…"삼고초려도 안먹혀"

전병윤 기자
2018.03.29 04:00

[자본시장 대통령 구인난]연봉 반토막, 3년간 재취업 불가, '외풍'까지…명망가 손사래, 은퇴자만 관심

[편집자주] 세계 3대 연기금, 622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자본주의 대통령’. 세계 굴지의 금융 수장들도 머리를 숙인다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자본시장 업계에서 퇴임을 앞둔 노병의 2년짜리 계약직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개월째 공석인 본부장 선발 작업이 진행 중인데 누구나 인정하는 전문가들로부터 모두 퇴짜를 맞았다. 애국심에 기댄 호소도, 삼고초려도 소용없었다고 하는데, 국민 노후를 책임질 기금운용본부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622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장이 자본시장업계에서 퇴임을 앞둔 노병의 2년 짜리 계약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에 선임되면 연봉은 절반 이하로 깎이고 퇴임 후 3년간은 금융업종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다. 소위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들이 구태여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옮길 이유가 없는 셈이다.

기금운용본부장을 꺼리는 원인은 크게 △현직에 비해 반토막 수준인 연봉(3억원 수준) △임기 2년(1년 연임 가능)에 불과한 단기 근무 △퇴임 후 3년간 금융 유관업종 재취업 금지 규정 △외압에 자유롭지 못한 기금운용의 취약한 독립성 등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중량감 있는 현직 펀드매니저가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옮기려면 순전히 애국심에 기대야 할 판"이라며 "삼고초려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기금운용본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 과정에서 전북 전주로 옮긴 것도 인선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업계에선 "해외에서 투자 정보를 갖고 오는 글로벌 IB(투자은행) 딜러들도 자본시장과 무관한 전주로 이전한 이후엔 기금운용본부를 찾던 발길이 뜸해지고 있을 정도"라며 "기금운용본부도 인력 유출 이후 핵심 인적 자원을 보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건 이러한 지리적 요인이 생각보다 강하게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하자 2016년과 2017년에 총 57명이 퇴사했다. 당시 수석운용직(실장급) 정원 14명 중 절반인 7명이 공석이었고 실무책임자인 선임(팀장)은 47명 정원 중 12명을 충원하지 못해 인력 유출로 인한 기금운용의 안정성 훼손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감사원과 국회 등의 정책감사 과정에서 과도한 책임 추궁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도 크다.

기금운용본부장 지원을 고심했던 한 펀드매니저는 "사명감을 갖고 한번 도전해보려고 한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내가 가진 운용철학을 온전히 구현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데다 감사 과정에서 투자 실패까지도 책임을 지게 될까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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