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개혁 조치가 계속 지연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실망감이 결국 주식시장에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찬형 페트라자산운용 부사장은 28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주시하고 있고, 그 중심에 국민연금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페트라자산운용은 전체 운용자산의 70% 이상이 외국계 기관 자금일 정도로 해외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자산운용사다.
이 부사장은 "3월 들어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가 열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일 같이 한국 기업 지배구조 개선 진행 상황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민연금 CIO(최고투자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8개월째 공석이어서 우리로서는 기다려보자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 핵심 정책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지난해 한국 증시를 끌어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600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3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만으로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상당 부분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무거운 책임에 비해 보상이 적고 정치적 외풍을 받는다는 인식이 강해 많은 이들이 고사하고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에 국민연금도 해외 주요 연기금처럼 독립성을 보장하고 최고 투자 책임자를 업계 최고 조건으로 초빙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부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안 뽑는 게 아니라 못 뽑는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고 전임자들 대부분이 불운하게 자리를 떠나 독이 든 성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문성과 독립성이 낮다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요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이 부사장은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운용과는 거리가 먼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관리를 받고 있다는 점"이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자산운용 분야의 비전문가들이 최종 결정을 내리고 있는데 이를 별도 조직으로 분리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은 2012년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큰 기대를 했다가 한번 속아봤다는 기억을 갖고 있다"며 "최근에도 국내외 여러 정치적 이슈들이 많아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이슈는 뒤로 밀리는 것 처럼 보이는데 더 이상 말만 하고 흐지부지되는 건 통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