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우리사주에 현금 대신 주식을 배당하고, 직원 가운데 일부가 착오배당된 주식을 시장에 팔면서 증권거래 신뢰도에 금이 갔다.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실제 거래된, 시스템 공백에 따른 무차입 공매도인 셈이다. 이번 사태가 불러온 시장 충격을 감안하면 공매도를 포함한 증권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뿐 아니라 증권업계에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지 주식발행시스템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너진 증권거래 신뢰를 회복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방침이다.
◇판 사람·산 사람 모두 공매도 아닌데, 결과는 공매도 =이번 사태는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착오배당된 주식을 매도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6일 장 개시 후 501만3000주가 시장에 나와 11% 넘게 주가가 하락했다.
통상 주식을 배당하기 위해선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를 이용하거나 새로 주식을 발행해야 한다. 새 주식은 이사회와 주주총회 결의 후 예탁결제원 등록을 거쳐 발행된다. 보유 중인 자사주가 없는 삼성증권은 신주발행 절차 없이 직원들 계좌로 발행주식의 30배가 넘는 28억3160만주를 입고했다.
문제는 실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됐다는 점이다. 삼성증권 직원 계좌에 착오배당된 주식을 실제 주식으로 인식했고, 현행 규정상 발행예정인 주식도 거래가 가능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판 주식이 유통주식 수를 넘기지 않는 점도 시스템 감시를 피한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정상거래 과정을 거쳐 산 사람이 있는 만큼 일종의 무차입 공매도가 성립됐다.
다른 증권사나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에서 주식을 빌리는 차입 공매도와 달리 무차입 공매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지됐다. 금지 규정에도 증권거래 시스템상 구멍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한 셈이다.
◇개인 투자자 "모든 공매도 금지해야" =이번 사건으로 공매도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당을 잘못 입력한 경위에 대한 책임추궁과는 별개로 공매도가 없었다면 이번과 같은 시장충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되면서 없는 주식을 팔 수 있었다"며 "주식을 판 삼성증권 직원들이 부당하게 돈을 벌 수도 있었던 만큼 공매도를 포함한 관련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사태를 유발한 삼성증권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공매도 금지를 요청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한 청원인은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주식을 찍어내고 팔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삼성증권이 조폐공사냐"고 꼬집었다. 이 청원 글에는 작성 이틀 만에 13만명 넘는 동의가 잇따랐다. 1달 동안 진행하는 청원시스템상 조만간 청원동의 20만명을 넘겨 청와대 입장이 나올 전망이다.
◇당국 긴급회의 개최 "삼성 포함한 모든 증권사, 일제 점검" =파장이 커지면서 당국도 진상파악과 재발방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금융감독원은 9일부터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점검을 진행키로 했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삼성증권의 주식배당이 가능했고, 일부 물량이 장내에서 매매체결된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전산시스템과 내부통제 문제를 철저히 가려 책임을 엄중히 문책할 방침이다.
삼성뿐 아니라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도 일제 점검키로 했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 한국거래소가 공조, 대량매도 계좌에 대해 연계거래 등 시장교란행위 및 불공정 거래도 철저히 확인하기로 했다.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역시 추진할 방침이다.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반장으로 한 '매매제도 개선반'을 구성해 주식관리 절차 전반을 재점검하고 문제점에 대해선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