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에서는 '바이오 미인대회다', '바이오 수건돌리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IT와 바이오가 증시를 주도해오다 IT가 꺾여버리니 바이오 중에서 '예쁜 종목'을 골라 담는다는 얘기죠."
9일 미중 무역전쟁 우려와 뉴욕증시 급락에도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가 급등하자 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는 이같이 말했다.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수급에 의해 바이오 주가가 움직이면서 바이오 업종 내에서 순환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8.29%(4만3000원) 오른 56만2000원에 마감했다. 장 중 한때 11% 넘게 급등, 사상 최고가 58만원을 기록해셀트리온을 누르고 시가총액 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에선에이치엘비가 한 달째 급등 중이다. 3월초 대비 주가는 150% 넘게 급등했고 1조500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3조6000억원을 돌파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도 한 달 만에 20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에이치엘비 최근 주가 급등 배경은 자회사 LSK바이오파트너스가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아파티닙)' 임상 성공 기대감이다.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에이치엘비 관련 보고서를 낸 오병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항암제의 글로벌 트랜드는 '병용투여로 에이치엘비의 아파티닙은 기본적으로 부작용이 미미하다고 알려져 병용에 상당한 강점이 있을 것"이라며 투자의견 '강력매수'와 목표주가 19만2000원을 제시했다.
오 연구원은 "오는 16일 AACR(미국암학회)에서 발표할 동물임상 결과에 따라 병용투여 가능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파티닙은 현재 위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말쯤 임상 3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키트루다', '옵디보'와의 병용투여는 미국에서 임상1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급등한 공매도 잔고 비율도 경계 대상이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에이치엘비 공매도 잔고금액은 연초 517억원에서 지난 4일 1286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공매도 잔고비율은 3.35%에서 4.42%로 증가했다. 공매도 잔고비율은 일별 공매도 잔고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눠 산출한 값이다.
이태환 KB증권 도곡스타PB센터 부장은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최근 같은 장세가 투자하기에는 가장 어려운 때"라며 "IT가 꺾여버리면서 성장주인 바이오에 수급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닥 벤처펀드 출범 영향으로 시총 상위 바이오주의 수급이 좋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신약 개발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돈이 바이오로 흐르고 있는 게 최근 장세"라고 덧붙였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 외에 마땅히 담을 만한 대안이 없어 바이오에 수급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관도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바이오주 단타가 불가피한 장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투자자는 투자 성향에 따라 고점에 물릴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가지고 달리는 말에 올라타거나, 아예 바이오를 배제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