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물공학회, 바이오 분야 대표 신진과학자 간담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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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만드는 PLA(폴리락트산)는 나프타를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9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대회' 신진연구자 간담회장. 박준영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바이오 플라스틱은 기술적으로 이미 '탈(脫)나프타'가 가능한 단계에 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PLA는 옥수수·사탕수수 등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만든 대표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석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기존 플라스틱과 달리, 바이오매스를 활용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화석연료 의존도가 낮다. 박 연구원은 "바이오 플라스틱은 본질적으로 나프타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라며 "최근 나프타 공급 이슈가 발생하면서, 그동안 진행해온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생물 내부의 유전자와 대사 경로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고, 이를 재설계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생물을 일종의 '세포 공장'으로 활용해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유연성이나 인장강도 등 주요 물성은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과 유사한 수준으로 구현이 가능하다"며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대체 가능한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여전히 '가격'이다. 그는 "현재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보다 약 1.5~2배 정도 비싸다"며 "성능은 상당 부분 따라잡았지만, 시장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아직 격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연구원은 유럽 사례를 들어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책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일정 비율 이상 생분해성 소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규제가 도입돼 있다. 예컨대 포장재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친환경 소재로 사용해야 하는 규정이 적용되면, 기업은 가격이 더 높더라도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규제가 도입되면 초기에는 비용 부담이 존재하더라도, 수요 증가와 생산 확대를 통해 가격이 점차 낮아지고 관련 기술 개발도 가속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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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을 따라간다면 나프타 의존도가 낮은 플라스틱 생산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기술은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 후 분해까지 이어지는 '순환형 산업 구조'를 가능하다"며 "환경 문제 해결과 자원 안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바이오 소재 분야에서 '탈(脫)화석연료' 흐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의료와 제조 영역에서도 생명공학 기반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동아대학교 이진규 교수는 손상된 연골과 뼈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인공조직 기술을 소개했다. 연골과 뼈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만 물리적 성질이 달라 동시에 손상될 경우 치료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존 치료법으로는 완전한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 교수의 연구는 생체재료와 줄기세포, 3차원(D) 프린팅 기술을 결합해 실제 인체 구조와 유사한 '3차원 인공조직'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연골과 뼈를 각각 따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로 동시에 재생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이러한 기술이 단순한 치료 개선을 넘어 사회적 비용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관절 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고, 연골 손상은 장기 치료와 반복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연골과 뼈는 동시에 손상되는 경우가 많지만 특성이 달라 치료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로 인해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의료비 부담도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가 개발 중인 기술은 연골과 뼈를 동시에 재생시켜 치료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치료 횟수와 재수술 가능성을 줄이고 장기 치료 환자를 감소시켜, 환자 개인의 부담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제조 공정 혁신 측면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접근도 주목받았다. 인하대학교 김준우 교수는 바이오 제조 공정에 AI를 접목해 '스스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공장'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부분의 바이오 제품은 복잡한 실험과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거쳐 생산되며, 이 과정은 숙련된 전문가의 경험에 크게 의존한다. 김 교수는 "바이오 공정은 공정 하나를 설계하는 데에도 많은 실험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존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이를 막걸리 발효 과정에 비유하며 설명했다. 원료 투입부터 발효, 정제, 농축, 건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이를 AI가 스스로 설계하고 최적화하도록 만드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특히 논문 데이터, 전문가 경험, 실험 데이터를 종합해 데이터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교수는 "AI 기반 공정이 도입되면 대기업 중심의 바이오 생산 구조가 바뀌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도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포 내부까지 '공정' 개념을 확장하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학교 임사무엘 교수는 '물곰(tardigrade)'에서 유래한 단백질을 활용해 세포 내부에 '미니 공장'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 미생물 세포는 내부가 하나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여러 생화학 반응이 뒤섞이며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임 교수는 물곰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스스로 모여 작은 구획을 형성하는 특성에 주목해 특정 반응만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작업 공간'을 인공적으로 구현했다.
이 기술은 세포를 단순한 생산 수단이 아닌, 기능별로 설계된 '고효율 생산 시스템'으로 바꾸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신약 개발, 단백질 치료제, 고부가가치 바이오 소재 생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 기술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