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증권가도 '저녁 있는 삶' 확대

배규민 기자, 김도윤 기자
2018.07.29 15:28

[52시간 근무, 한 달 명암]자기개발·취미생활 활발, IB 계약직 등 "현실과 괴리" 지적도

40대 초반의 A증권사 박모 차장 - "7월부터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만성 피로가 덜해진 느낌이다. 절대적인 근무 시간이 줄어든 영향도 있겠지만 교통 체증이 심한 '러시 아워' 시간을 피할 수 있어 퇴근할 때 피곤함이 훨씬 덜해졌다. 무엇보다 평일에도 12살 아들, 7살 딸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 아이들과 아내의 만족도가 너무 커졌다."

30대 초반의 B증권사 김모 대리- "일주일 전부터 CFA(국제재무분석사) 자격증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동안은 퇴근이 늦어 엄두가 안 났는데 이제는 오후 5시 칼퇴근이 가능해져서다. 처음에는 눈치가 보여 퇴근 시간이 되도 선뜻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지만 지금은 정시 퇴근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주 52시간 근무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증권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증권사는 특례제외 업종으로 1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일부 증권사가 시범 운영에 나서면서 '저녁이 있는 삶'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한 달 동안의 가장 큰 변화는 '인식의 차이'다. 하나금융투자 직원들은 예전과 달리 '하루 8시간' 근무, 즉 오전 8시 출근·오후 5시 퇴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예전에는 남들보다 빨리 퇴근하거나 늦게 출근하는 것에 대한 어색함과 불편한 마음이 컸다면 지금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퇴근 시간이 빨라지다 보니 자기 계발이나 운동 등 취미 생활을 하는 직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C증권사 김모 차장은 최근에 집 근처에 헬스장을 등록했다. 퇴근 직후 집 근처로 빠르게 이동해서 한 시간 가량 운동을 하고 귀가해도 오후 7시 밖이 되지 않아 저녁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졌다.

여의도 증권가의 저녁 약속 시간도 당겨지는 분위기다. C증권사 IB 담당자는 "예전에는 오후 7시쯤에 만났다면 최근에는 한 시간 이상 당겨 6시 전후로 저녁 약속을 많이 잡는 편"이라며 "빨리 만나고 빨리 헤어지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신저를 통한 시간 외 근무도 사라지고 있다. KB증권은 본사 내부 곳곳에 업무시간 외 카톡 지시를 금지해야 한다는 캠페인 입간판을 세워두며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증권사 직원들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카톡 업무 금지'라는 문구도 찾아볼 수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카카오톡을 통한 업무 지시나 교류가 빈번했는데 요즘에는 거의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며 "업무에 꼭 필요한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도 퇴근 이후라면 개인적으로 연락하기가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증권사만 주 52시간제를 시범 운영 중에 있어 전체 업계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여의도 소재 골프장, 헬스장 등이 예전보다 크게 붐비거나 상권이 바뀌는 등의 변화가 아직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일부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매년 계약을 하는 IB(투자은행) 영업직 직원의 경우 오후 5시 퇴근 종용이 무리가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대형증권사 IB 부장은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할 때 최소 3개월~4개월은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데 아직 유연근무제가 도입되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오후 5시에 퇴근했다가 일을 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리서치센터 직원들의 경우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인력을 추가로 선발하거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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