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취임 1년 기자회견](상)

정부가 초과 세수를 활용해 미래세대와 성장 잠재력에 투자하는 기금 신설에 나선다. 재정 안정을 꾀하면서 미래세대 투자에 방점을 찍는 방향이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가칭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 중이다. 올해 반도체발(發) 대규모 초과세수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재원으로 하는 별도 기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세수는) 미래세대와 대한민국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반도체와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청년세대를 위해 투자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다양한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검토해왔다. 국가재정법에 따른 국채 상환은 물론, 국부펀드 투자 등 다양한 활용법이 거론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경제가 좋을 때 나타나는 초과세수는 국부펀드 재원으로 두고 또 그걸로 투자해서 다시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려 한다"고 말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이와 별개로, 초과세수를 보다 안정적으로 미래세대에 투자하기 위한 일종의 '예산 주머니'다.
향후 불확실한 세입 여건을 감안한 재정 안전판 역할도 기대된다. 대부분의 미국 주정부는 경기 호황기에 여유 재원을 적립해 침체기에 활용하는 '불황대비기금(Rainy Day Funds)'을 운용하고 있다.
올해 초과세수는 최소 수십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 전망을 당초 390조2000억원에서 415조4000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초과세수만 25조2000억 원으로 추산했지만, 실제 규모는 이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 호조로 법인세 수입이 늘고, 주식시장 호황으로 증권거래세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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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초과세수 규모는 오는 8월 주요 기업의 법인세 중간예납 결과가 나오면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자산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지난해부터 중간예납 가결산이 의무화됐다.

반도체 초과세수 활용법을 공론화한 것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김 실장은 지난달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후 초과세수의 구체적인 활용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건전재정과 적극재정의 해묵은 논쟁도 반복됐다. 그 와중에서도 공통적인 의견은 있었다. 과거처럼 초과세수를 휘발성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는 점, 미래세대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그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가 미래대응기금이다.
◆ 초과세수 미래대응기금 신설 추진하는 정부
미래대응기금은 기획예산처가 초과세수 활용법으로 구상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다.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전용 기금을 신설하고, 이를 미래세대를 위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초과세수를 관리하는 '예산 주머니'로 활용하면서 미래세대 투자라는 특정 목적을 충족할 수 있는 카드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미래대응기금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식과 활용처 등은 입법 과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통상 기금을 신설할 때는 관련 법률을 제정한다.
이 대통령이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세수 활용법을 거론한 것 역시 미래대응기금 도입 방향과 유사하다. 이 대통령은 "예상을 벗어난, 진폭을 벗어난 초과세수라서 그건 또 없어질 수도 있다"며 "진폭이 있기 때문에 미래세대를 위한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의 투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성장펀드에 초과세수 투입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한국투자공사(KIC)의 국부펀드와 별개로 한국형 국부펀드 신설을 추진 중이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당초 물납주식 등을 활용해 최소 20조원 이상 규모로 신설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초과세수를 투입할 경우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초과세수 활용법을 두고 재정경제부는 국부펀드를, 기획예산처는 미래대응기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 올해 초과세수는 얼마?…최소 수십조원 초과세수 발생할 듯
최대 관심사는 초과세수의 구체적인 규모다. 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25조2000억원의 초과세수를 예상했다. 이 초과세수는 이미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으로 편성됐기 때문에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없다. 추경 세입 예산보다 늘어난 세수가 온전히 올해 초과세수로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법인세 초과세수는 기정사실이다. 삼성전자(295,500원 ▼33,500 -10.18%)와 SK하이닉스(1,911,000원 ▼159,000 -7.68%)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57조2000억원, 37조6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시장에선 올해 두 기업의 영업이익이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과표구간을 무시하고 20%의 세율을 곱하면 두 기업이 내는 법인세만 100조원 이상이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면서 전망한 올해 전체 법인세 세입 규모는 101조3000억원인데, 두 기업의 법인세만 해도 이를 상회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올해 초과세수 규모가 최소 수십조원, 최대 100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법인세는 통상 전년도 실적을 토대로 납부하지만 대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법인세 중간예납이 의무화되면서 상반기 실적은 당해연도에, 하반기 실적은 이듬해 법인세에 반영된다. 올해 기업 실적 일부가 올해 법인세에 바로 반영된다는 의미다.
정부가 초과세수 개념을 어디까지로 볼지도 논쟁거리다. 초과세수는 통상 세입 예산보다 더 걷힌 세수를 의미한다. 따라서 예상 경로를 벗어날 정도로 호황인 올해는 초과세수가 불가피하더라도, 내년 본예산을 편성할 때 세입 전망을 낙관적으로 한다면 내년에는 초과세수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내년 이후에 미래대응기금이나 국부펀드 등의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지가 검토 대상이다. 가령 올해 주요 기업들의 막대한 영업실적이 내년 초 직원 성과급으로 반영될 예정인데, 성과급에 붙는 소득세를 초과세수로 볼지 여부다.
일각에선 초과세수의 개념을 세입 예산과 무관하게 추세적인 경로를 벗어나는 수준으로 더 들어온 세금이나 반도체 호황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세금 등으로 범위를 넓힌 '추가세수'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한 사회적 재분배 필요성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위축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띄운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 의제에 제동을 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이윤의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논쟁 자체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자칫하면 이제 겨우 자라나는 새싹을 밟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295,500원 ▼33,500 -10.18%) 노동조합의 성과급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초과이익의 사회적 재분배 논의에 대해 신중론을 펼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75%를 넘었는데 그게 전부 다 개별 기업만의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있다"며 "노동자들의 기여도 있을 것이고 투자자들의 몫도 있을 것이고 어려운 시기에 세금으로 지원한 국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초과이익의 사회적 재분배 논의가 제기된 배경을 설명하면서도 "이것이 과연 타당한 주장인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고민이 많았는데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주장의 당위성에도 그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기업 경쟁력 약화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세, 로봇세를 도입해서 복지를 향상하거나 유효 수요를 창출하지 않으면 자본주의의 선순환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국가가 (이익을 세금으로) 거둬서 소비자에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실리콘밸리에서 주장하는 기본소득론"이라며 "문제는 우리나라만 이걸 먼저 하면 기업들이 다 탈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의 유력한 첨단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라며 "한국에 가면 영업이익의 일부를 떼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고 하면 그런 나라에 투자하는 게 망설여지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국가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초과이익 재분배는) 법인세를 올리는 것과 비슷한데 법인세는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지만 이익의 몇 퍼센트를 나눠갖자고 싸움을 해서 그때그때 결정하는 건 매우 불안정하다"며 "이는 국가 산업 정책에도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안에서만 논쟁해서 끝날 일이 아니고 세계적인 공통 의제가 될 것"이라며 "매우 어려운 주제지만 피할 수는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초과이익의 사회적 재분배 논의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재분배 할 것인지 논의하는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의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며 공론화를 예고했다.
삼성전자처럼 기업이 기존의 예상을 뛰어넘는 초과이익을 거뒀을 때 이를 단순히 정규직이 몇 퍼센트 가져가는 게 옳은지를 논할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떻게 재분배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업의 이익에 기여한 비정규직과 협력사, 지역사회 등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과이익 재분배는 과거 보수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던 정운찬 전 총리도 사회적 의제로 언급한 바 있다. 정 전 총리는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의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성과를 합의된 규칙에 따라 나누는 시장 내 공정거래 모델로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했다. 스웨덴에서는 1950년대부터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 하에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상승을 일부 억제하는 대신 중소 협력사의 임금을 높이는 연대임금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과이익의 정의가 모호할 뿐더러 기업의 경영 자율성이나 사유재산 침해 논란도 제기되면서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 공론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노동부는 당초 지난 1일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잠정 연기한 상태다. 이날 이 대통령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정부 주도의 토론회 개최에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토론회의 틀이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조율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불가 대한민국'에서 기자질문을 받고 있다. 2026.06.08. photo@newsis.com /사진=고범준](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6/2026060819323163530_4.jpg)
재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강한 산업 육성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했다. 이 대통령이 첫번째 국정 목표로 '산업 강국'을 제시하고 초과 세수를 '성장 동력 발굴'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에 비춰볼 때 향후 정책의 초점이 기업 지원에 맞춰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재계는 우선 이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K-이니셔티브'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제시한 4가지 국정 목표 가운데 첫 번째로 '산업'을 꼽은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민과 국토가 성장의 기회와 혜택을 고루 누리는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 나아가겠다"며 "반도체 외 다른 산업 부문에서도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 역할을 할 '글로벌 초격차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은락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이 대통령이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향한 비전과 국가 경제 도약 의지를 밝힌데 대해 경제계는 깊이 공감한다"며 "특히 정부와 민간이 역량을 함께 모아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 나아가고, 반도체를 넘어선 글로벌 초격차 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하겠다는 방향은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우리 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무게를 두겠다고 했다"며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대통령은 질의응답에서도 산업 육성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특히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의 활용 방안에 대해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에 투자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아울러 산업계는 기업의 초과 이윤 배분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이 "매우 논쟁적"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안심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발생한 막대한 초과 세수의 활용 방안과 기업의 성과급 관련 이슈에 대해 다각도로 깊이 고심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초과 세수는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확충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방향으로 활용해야 하며 향후 구체적인 정책 수립,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기업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도 "초과 세수 활용을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듯 본인이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임에도 초과 이윤 문제와 관련해 편향되지 않은 시각을 보여준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