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신규상장기업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공모가를 정하는데 발행사와 주관사의 자율이 대폭 확대되면서 우려되고 있는 투자자 보호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4월 안에 모든 신규상장기업의 공모가 대비 기간별 수익률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이 시스템은 거래소의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별도 카테고리로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신규상장기업의 공모가, 1~6개월 단위의 기간별 수익률, 공모가 대비 현재 주가 변화율, 상장 주관 증권사 등 정보가 포함될 전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로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시스템 개설이 가능할 것"이라며 "IPO(기업공개)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모든 시장 참여자가 신규 상장기업의 주가 흐름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거래소의 이 같은 행보가 IPO 과정에서 발행회사와 주관사의 자의적인 기업가치 산정을 제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부터 거래소가 IPO 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심사 항목에서 제외하면서 기업가치 산정 때 발행회사와 주관사의 재량이 확대된 만큼 개인투자자 등에게 효율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해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이 개설될 경우 증권사별 밸류에이션 전략을 보다 손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상장기업의 공모가와 기간별 수익률 추이에 따라 어떤 증권사가 공격적으로, 혹은 보수적으로 밸류에이션을 책정하는지 등을 추정할 수 있어서다. 이 시스템이 당장 각 발행회사와 증권사에 대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없지만, 정보가 쌓일수록 자의적인 밸류에이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모가에 대한 간접적인 통제라는 측면이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본다"며 "이 정보를 밸류에이션을 산정한 주관사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평균적으로 공모가와 상장 이후 주가가 큰 차이가 없는 경우 발행사 입장에선 적절한 공모가로 상장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대신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모가보다 주가가 하락한 경우는 증권사의 밸류이이션 능력을 의심해 봐야 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모가는 회사의 가치보다 20~30% 할인해 책정한다"며 "공모 이후에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주관사가 회사의 가치를 잘 못 파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일률적인 공모가 대비 수익률 정보 제공이 각 발행회사와 시장 환경 차이를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 IPO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시장 평가에 맡기기로 한 상황에서 이 시스템이 개설될 경우 증권사 IB에 대한 자체 검열 우려가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