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3대지수가 일제히 떨어졌다. 미중 정상이 이달말 만나 무역분쟁을 일단락지을 것이란 기대보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앞섰다.
◇美 건설지출 0.6%↓…소비도 금융위기 이후 최악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206.67포인트(0.79%) 떨어진 2만5819.65로 거래를 마쳤다. 항공주 보잉과 금융주 골드만삭스가 1% 넘게 하락하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0.88포인트(0.39%) 하락한 2792.81을 기록하며 2800선을 내줬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7.79포인트(0.23%) 내린 7577.57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 · 애플 · 넷플릭스 · 알파벳) 중에선 넷플릭스만 떨어졌다.
장초반 강보합세였던 뉴욕증시는 실망스러운 건설경기 지표가 발표된 뒤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건설지출은 0.6% 감소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0.2% 증가를 예상했다.
지난 주말 발표된 암울한 생산·소비 지표까지 함께 경기둔화 우려를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지난 2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4.2로,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 56.6에 비해 큰폭 하락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 55.6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미국 상무부도 지난해 12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이 전월에 비해 0.5% 감소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이후 9년만의 최대 하락폭으로, 시장 전망치인 0.3% 감소에도 못 미쳤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백악관 참모의 희망적인 발언도 투자심리를 달래진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CEA(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미국무역대표부) 대표가 (미중 협상에서) 많은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시장의 수치가 보여주듯 조만간 결승점에 다다를 것이라는 데 모든 이들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 문제에 있어 (협상 타결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해싯 위원장은 구체적 합의 내용에 대해선 "여전히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며 함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최종단계'(final stage)에 와 있으며 오는 27일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정식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은 농산물과 화학제품, 자동차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나 무역 제한 조치를 낮추는 것을 제안했고, 미국 역시 지난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 가운데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을 철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합의안에는 중국이 자동차 벤처 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투자제한을 푸는 시기를 앞당기고, 수입산 자동차 관세를 현재 15%보다 더 낮추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특히 미국산 상품 수입 확대를 약속했으며, 이 가운데는 중국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이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업체 셰니에르 에너지로부터 180억달러(약 20조2320억원) 규모의 LNG를 구매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소고기, 돼지고기를 포함한 우리의 농산품에 대한 모든 관세를 즉시 없애라고 중국에 요구했다"며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OPEC 감산 연장' 소식에 반등
달러화는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4시40분(미국 동부시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 대비 0.24% 오른 96.61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금값은 떨어졌다. 같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금값은 전일 대비 0.89% 내린 온스당 1287.60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 가격은 통상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국제유가는 반등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감산을 연장할 것이란 보도가 기름값을 밀어올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분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79센트(1.4%) 오른 56.59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5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40분 현재 전일 대비 배럴당 56센트(0.86%) 상승한 65.6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인 지난 1일 국제유가는 미국의 실망스러운 생산·소비 지표로 약 2% 급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OPEC은 오는 6월 기존의 감산 합의를 연장할 계획이다. OPEC 회원국들은 감산 합의에 따라 올들어 원유생산량을 하루 약 3080만배럴로 줄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하루 3160만배럴에서 약 80만배럴 줄어든 수준이다. 러시아 등 비중동 산유국도 감산에 동참했다. 이에 국제유가는 올들어 20% 이상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