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곧 첫걸음 떼는 K택소노미, 현실·당위 균형 필요

황국상 기자
2021.12.29 05:49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그린뉴딜 엑스포' 개막식에서 참가자들이 포스코SPS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부가 지난 4월30일 K택소노미(K-Taxonomy), 즉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8개월에 걸친 각계 논의를 거쳐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아직 최종안이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정부안 자체가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 친환경)이라고 비판한다.

28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 3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포함한 K택소노미는 그 자체가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곧 발표할 최종안에 LNG 발전이 녹색활동으로 분류된다는 점이 알려지기도 했다. 4월 최초 초안이 나온 이후 8개월에 걸쳐 K택소노미가 우리 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형태로 상당 부분 개정됐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0월에 배포된 4번째 버전의 'K택소노미 및 적용가이드(안)'은 "현 단계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으로 구성된 '전환부문'을 함께 담았다"는 점을 명시했다. 상당 내용의 가감이 있을지라도 과도기적인 상황을 반영한 내용이 최종안에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K택소노미는 '진짜 녹색'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2030 중기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2050 탄소중립 구현과정에서 동원될 막대한 자금을 실제 녹색 프로젝트에 흘러 들어가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가 올해 들어 산업·금융계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너도나도 ESG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나섰지만 그만큼 업계 안팎의 의구심이 커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다 할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자화자찬식 선언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벌써 12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녹색채권이 공기업이나 민간 산업·금융기업을 통해 발행됐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녹색채권 신규 발행 총액(3조300억원)의 4배를 웃도는 정도로 급증하며 녹색금융 활성화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은 반면 엄밀한 사전·사후 모니터링이 아직 완비되지 못한 상황에서의 발행 급증을 마냥 환영할 일인가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2030년 중기 목표, 2050년까지의 장기목표 달성을 위한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번 K택소노미 제정 작업은 그 자체로 진통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산업·금융계의 상당 부분의 경제활동이 비(非) 녹색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고 해당 부문의 활동에 필요한 자금조달 비용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영역이 녹색으로 인정받아 성장 기회를 향유할 수는 있지만 새 흐름이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녹색 이슈는 윤리적·당위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히 경제적 이슈일 수밖에 없다.

4월 초안 발표 이후 각계의 치열한 논의 끝에 '우리 산업 현실을 반영한 택소노미'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조만간 발표될 K택소노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보다 많은 경제주체들이 탄소중립 모델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착륙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과도기적 조치는 녹색정책에 근거한 산업 구조조정 집행을 유예한 데 불과하다. 보다 세밀한 단계적 이행을 보조할 수 있는 밑그림까지 그려지기를 기대해본다.

/사진=황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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