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최초·최고·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기록들을 남겼다. 특히 상장전 실시한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사상 처음 '경' 단위의 주문액(1경5203조원)을 모아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허수청약'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개인투자자는 공모주 청약을 하면서 청약금의 50%를 증거금으로 예치해야 하지만 기관은 증거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 그렇다보니 자본금이 5억원 규모의 투자자문사가 7조원어치 주문금액을 써내는 등 청약에 풀베팅하는 '허수청약'이 발생하게 됐다.
허수청약에 속아 피해를 보는 건 개인이다. 기관투자자의 뻥튀기 청약이 늘어날수록 경쟁률은 치열해지고 공모가는 최상단에서 결정된다.공모가가 최상단에 결정되면 상장 이후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에도 공모가는 최상단인 30만원에 결정됐다. 하지만 큰 기대와는 달리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의 시초가에서 상한가)에 실패했다. 현재 주가는(2월25일 기준) 시초가 59만7000원 대비 30% 하락해 40만원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뿐 아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올라가면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에 몰리면서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는 기회도 상실된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 일반 청약에서 균등배정으로 1주도 못 받는 개인 투자자들이 상당수 나왔다.
결국 기관투자자들의 '뻥튀기 청약' 관행에 뒷짐을 지고 있던 금융투자협회와 금융당국은 뒤늦게 부랴부랴 제도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또다른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수요예측 참여기관의 기준을 △투자일임업 등록 후 2년 경과 △투자일임 규모 50억원 이상으로 제시해 신생회사들의 시장진입을 차단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의 허수청약'을 뿌리뽑을 근본적인 제도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기관투자자들에게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새로운 불공정을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업력과 규모로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며 "금융당국은 IPO 시장이 위축될까봐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다.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모주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외국의 사례에서 해답을 찾아보는 어떨까. 홍콩, 대만은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을 진행하다 수요예측 막바지에 일반투자자 청약을 함께 진행한다. 투자운용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1차적인 근거로 활용되고 일반투자자의 수요 역시 최종 공모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구조다.
강도 높은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도 방법이다. 과징금 규모를 높이고 불성실 수요예측에 나선 기관들에게는 가중처벌 조항을 만들어 적용하는 방안도 있다. IPO 시장의 열기가 식을까 우려해 눈치보는 식의 제도 개선이 아닌 강력한, 제대로 된 개선안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