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주 랠리, 오래 가기 힘든 이유 '셋'…서학개미도 '숏'[서학픽]

권성희 기자
2022.04.04 21:20

[서학개미 탑픽]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의 최근 주가 흐름과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분석해 소개합니다.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플레이스/사진=임동욱 기자

미국 나스닥지수가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1일까지 3주일간 13.35% 급반등한 가운데 서학개미는 기술주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서학개미는 나스닥지수가 지난달 14일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작한 15일부터 30일까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상장지수펀드)를 가장 많은 1억967만달러 순매수했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SQQQ)는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 방향으로 3배 추종하는 펀드다.

나스닥지수가 하루에 1% 오르면 3% 손실이 나고 나스닥지수가 하루에 1% 떨어지면 3% 수익이 난다.

이는 지난달 14일 이후 기술주 강세를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 즉 침체장 속에 일시적인 반등으로 보는 서학개미가 많다는 의미다.

3월 저점이 바닥인 근거①-승자로 변신한 패자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매킨토시는 지난달 14일 저점이 이전 침체장 때 진짜 바닥과 2가지 공통점이 있지만 결정적으로 3가지가 다르다며 최근의 뉴욕 증시 상승이 데드 캣 바운스일 수 있다는 의견을 지난 2일 밝혔다.

매킨토시는 과거 3번의 침체장 바닥과 지난달 14일 저점을 비교하며 첫번째 공통점으로 최악의 패자가 최고의 승자로 변한 점을 꼽았다.

그는 2002년과 2009년, 2020년 침체장 바닥을 보면 공통적으로 최고의 수익률을 냈던 업종이 반등 초기 국면에서 최악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증시 하락 때 최악의 수익률을 냈던 업종은 바닥을 치고 랠리를 시작하는 국면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는 이번에도 똑같았다. 기술주는 올들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다 지난달 14일 이후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했다.

기술주 중에서도 장래성은 있지만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혁신기업에 집중 투자해온 캐시 우드가 운영하는 ARK 이노베이션 ETF는 지난달 14일까지 3개월간 44% 폭락하며 최악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이후 14거래일 동안 29% 급반등하며 최고의 수익률을 냈다.

에너지 업종은 반대였다. 지난달 14일까지 3개월간 35% 급등하며 시장을 주도했으나 지난달 14일 이후 14거래일 동안에는 4%밖에 못 오르며 수익률이 가장 나쁜 업종이 됐다.

3월 저점이 바닥인 근거②-최악의 투자 심리

두번째 공통점은 침체장의 진바닥은 투자 심리가 최악일 때 이뤄진다는 점이다.

지난달 14일 즈음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개인투자자 협회(AAII)의 조사 결과 비관론자들이 낙관론자들을 압도했고 인베스터스 인텔리전스(Investors Intelligence)가 투자 뉴스레터들을 분석한 결과 랠리보다는 침체를 전망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헤지펀드들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였고 기관 투자자들과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기 시작했으며 뮤추얼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과거 침체장 때도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극도로 회피하기 시작할 때 증시는 바닥을 쳤다.

3월 저점이 진바닥이 아닌 근거①-펀더멘털 악화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 침체장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첫째, 과거 침체장 바닥에서는 투자 심리뿐만 아니라 펀더멘털도 개선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정부가 재정을 풀고 연준(연방준비제도, Fed)이 통화정책을 완화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씨티그룹에 대한 구제 조치가 이뤄졌다.

2002년에는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났다. (다만 2002년에는 증시가 강하게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2003년 3월에 거의 2002년 저점까지 떨어진 후 장기 강세장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펀더멘털이 오히려 나빠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가는 증시가 지난달 14일 저점을 형성한 뒤에도 미국이 전략 비축유를 풀겠다고 밝힌 지난달 30일 전까지 올라갔다. 연준은 더욱 매파적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채권수익률은 오르고 있고 인플레이션과 연동된 실질 금리도 상승세다. 이 중 어떤 것도 증시에 호재가 아니다.

3월 저점이 바닥이 아닌 근거②-이례적인 성장주 움직임

둘째, 이번에는 매도세 자체가 이례적이었기에 반등의 형태도 이상했다는 점이다. 통상 시장이 바닥에 도달할 때 가장 심하게 타격을 받는 주식은 싼 가치주다. 가치주는 경기 하강 때 취약한데다 보통 투자자들이 보유하기를 가장 꺼리는 주식이기 때문이다.

2002년과 2009년, 2020년에는 증시가 바닥을 칠 때까지 3개월간 러셀1000 밸류 인덱스(가치주 지수)가 성장주보다 더 떨어졌고 랠리를 시작하고 14거래일 동안 성장주보다 더 올랐다.

이번에는 성장주가 가장 많이 떨어졌고 가장 큰 폭으로 반등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볼 때 성장주가 가장 많이 하락한 것은 타당하게 보이기도 한다.

채권수익률이 올라갈 때 가장 많이 타격을 받는 것이 성장주인데다 가치주에는 금리가 올라갈 때 수혜를 받는 은행주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펀더멘털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성장주가 가장 큰 폭으로 반등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매킨토시는 기술주를 포함한 성장주의 반등이 지속 가능하려면 애초에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기술주를 포함한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이 대폭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바닥이라고 판단할 만큼 저렴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S&P500 성장주 지수는 12개월 선행 순이익 전망치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이 지난 1월 거의 30배 수준에서 지난 3월에는 23배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선행 PER 23배는 채권수익률이 지금보다 낮았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일 뿐이다. 현재 채권수익률이 그 때보다 올라간 것을 감안하면 싸다고 할 수 없다.

매킨토시는 이와 함께 증시가 급반등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랠리의 지속성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대표적인 밈 주식인 게임스톱은 주식 분할을 발표하기 전에 이미 지난달 14일 저점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매킨토시는 이런 이유로 지난달 14일 바닥이 증시의 장기적인 저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 심리가 주가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인 만큼 이번 랠리가 데드 캣 바운스라고 확신하지는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투자 심리가 낙관적으로 변해 주식을 사들이면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랠리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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