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지표, 좋아도 나빠도 악재?…긴축은 계속된다[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2.09.02 20:33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통상 좋은 경제지표는 증시에 좋고 나쁜 경제지표는 증시에 나쁘다.

그러나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 긴축 사이클에서는 나쁜 경제지표가 증시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나쁜 경제지표가 연준의 통화 긴축을 완화로 돌리는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준은 2007~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지표가 나빠지면 금리 인상을 늦추거나 금리 인상폭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긴축 사이클에서는 너무 좋은 경제지표가 오히려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시키는 악재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8월26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쇼크'는 '나쁜 경제지표=연준의 정책 전환'이란 기대를 깨부셨다.

파월 의장이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1)너무 일찍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은 실수가 될 수 있다는 것과 2)따라서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됐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경제를 희생하는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물가상승률이 한두 달 낮아진다고 해서 통화정책을 완화하지는 않을 것이고, 경제지표가 좀 나빠졌다고 해서 인플레이션 하락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지도 않을 것이란 의지의 천명이었다.

그렇다면 경제지표가 악화 조짐을 보이면 금세 긴축에서 한 발 떼던 연준이 이렇게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1970년대 장기 인플레이션의 악몽 때문이다. 연준은 당시 인플레이션에 대처해 금리를 올렸다가 물가상승률이 주춤하자 긴축을 중단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에서 더 내려오지 않았고 1980년대 초까지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물가를 잡았다고 착각하고 너무 일찍 금리 인상을 중단한 탓에 10여년간 고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통화정책을 조였다 풀었다 반복하는 정책적 실수를 저지르게 됐다는 것이 연준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너무 일찍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을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결심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에 대해 "시장 불안의 이유 중 하나는 경기 둔화의 조짐이 나타나도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 노동부가 2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 발표하는 지난 8월 고용지표는 어떻게 나오든 증시에 호재가 되긴 어렵다.

WSJ는 고용지표가 너무 긍정적으로 나오면 공격적인 긴축을 계속해야겠다는 연준의 결의만 강화시키고 부진하게 나오면 그저 나쁜 소식일 뿐이라며 좋든 나쁘든 증시에 상승 촉매가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키이스 러너는 "시장이 도전적으로 느끼는 문제는 경제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고 해도 인플레이션이 꺾였다고 완벽하게 확신하기 전까지는 연준이 다르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나쁜 소식들이 길게 이어져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WSJ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8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는 31만8000명 늘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취업자수가 예상보다 너무 많이 급증했던 지난 7월의 52만8000명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지난 8월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3.5%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 2월과 같은 실업률로 50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2일 발표될 지난 8월 취업자수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지난 8월31일에 발표된 ADP의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민간 부문 취업자수는 13만2000명 늘어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 30만명을 크게 밑돌았다.

게다가 8월 취업자수는 통상 처음에 낮게 발표됐다가 후에 상향 조정되는 경향이 있다. 휴가 시즌이라 기업들이 정부의 고용동향 조사에 제 때 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만 해도 처음에 취업자수는 23만5000명 늘어난 것으로 발표됐다가 후에 51만7000명으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노스웨스턴 뮤추얼 자산관리의 CIO인 브렌트 슈트는 "8월 고용지표가 크게 실망스럽게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경제지표 약화에도 연준의 금리 인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 보인다.

UBS 프라이빗 자산관리의 이사인 로드 폰 립시는 "금리가 오를 때마다 경기를 안정적으로 착륙시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UBS는 미국 경제가 내년에 침체에 빠질 확률을 지난 6월 40%에서 최근 60%로 상향 조정했다.

폰 립시는 연준이 경기 침체를 초래하더라도 긴축을 계속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인플레이션이란 질병을 치료하는 약은 침체를 초래하는 것인데 투자자들은 병(인플레이션)과 치료약(침체) 가운데 뭐가 더 나쁜지 갈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향후 수개월간 증시에 대한 전망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1946년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 S&P500지수의 수익률은 중간값이 마이너스 24%였다.

노스웨스턴 뮤추얼 자산관리의 슈트는 S&P500지수가 올들어 17% 하락한 것을 감안할 때 증시에 약한 침체는 반영돼 있지만 깊은 침체는 반영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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