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구조적 조치 도입을 추진하는 건 현행 제재 체계로는 독과점 폐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 이미 구조적 조치를 도입한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도 고려했다.
다만 기업분할이나 영업양도 명령 등 초강력 구조적 조치가 기업 경영권 침해 및 주주 가치 하락 등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미국과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공정거래법에 기업분할명령, 지분매각명령, 영업양도명령 같은 구조적 조치를 도입 중이다.
다만 구조적 조치가 기업의 소유·지배 구조에 대한 직접적 개입이라는 점에서 수십년 간 구조적 조치는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디지털 경제 확산과 독과점 심화 속에 주요국 경쟁당국은 구조적 조치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실제 미국 경쟁당국(DOJ)은 2020년 구글이 인터넷 검색서비스 및 광고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한 사안에 대해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 사업부를 매각하고 안드로이드 사업부를 분리하는 내용의 구조적 조치를 법원에 요청했다.
DOJ는 또 2023년 제네릭(복제약) 가격 담합을 주도한 테바제약으로 하여금 담합의 근거가 된 사업 부문을 제3자에 매각하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를 단행했다.
아울러 EU 경쟁당국은 지난해 구글이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독과점을 남용한 사안에 대해 자진 시정방안 제출을 요청하며 구글 광고 기술 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적 조치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선진국 경쟁당국의 법 집행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공정위도 우리 경제의 독과점 고착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조적 조치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이 공들여 키운 사업부 등을 강제로 매각할 경우 기업 가치 하락은 물론 미래 성장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서다. 또 인위적으로 특정 부문을 떼어내면 남아있는 사업 부문의 경쟁력도 동반하락할 수 있다.
독자들의 PICK!
다시 말해 구조적 조치가 독과점 고착화를 해소할 가장 확실한 카드인 동시에 기업의 재산권과 성장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단 지적이다.
공정위도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조적 조치를 도입하더라도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본적으로 담합이나 사익편취, 부당지원 행위 등이 반복적으로 이뤄질 때 구조적 조치가 고려될 수 있단 설명이다. 또 기존의 과징금과 시정조치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때 예외적이고 중대한 상황에 한정해 보충적으로 구조적 조치를 발동하겠단 계획이다.
주 위원장은 "다른 조치로는 독과점 폐해 개선이 어렵거나 국민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중대 법 위반이 반복되는 경우 등 구체적으로 어떤 법 위반행위에 대해 어느 수준의 구조적 조치를 도입할 것인지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CEO(최고경영자) 레벨까지 전사적으로 이뤄진 담합이란 증거가 명확하고 반복되는 것이라면 (구조적 조치를) 빠져나갈 영역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발생한 설탕 담합과 같은 사건이 반복된다면 충분히 구조적 조치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구조적 조치 시행 근거를 담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업들의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일 것으로 본다. 주 위원장은 "구조적 조치가 들어오는 것 자체로 심각한 법 위반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예방적 효과가 크다"며 "(구조적 조치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 외에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