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잭슨홀 연설로 미국 증시가 급락할 때 서학개미들은 용감하게 매수에 나섰다. 그러나 서학개미들의 기대와 달리 미국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단기적으로 손실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학개미들은 기술주 상승에 3배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사들여 손실폭이 주요 지수 하락률의 3배에 달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8월24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증시에서 1억5177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3주일만의 순매수 전환이자 지난 6월말~7월초 이후 8주일만에 가장 많은 순매수 규모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8월26일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앞두고 증시가 반짝 반등했던 24~25일 2일간 1515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1.7% 상승했다.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규모는 지난 8월26일 파월 의장이 예상보다 훨씬 더 매파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미국 증시가 급락하자 급증했다.
지난 8월26일부터 30일까지 S&P500지수가 5.1% 추락한 3거래일 동안 서학개미들은 1억3662만달러의 미국 주식을 쓸어담았다.
하지만 S&P500지수는 8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지난 2일까지 3거래일 동안 1.5% 추가 하락했다.
서학개미들의 매수세는 기술주 상승시 2~3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됐다.
압도적인 순매수 1위는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로 1억189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서학개미들이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상품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로 7350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3위는 8개 빅테크 기업과 혁신산업에서 거래가 많은 7개 기업으로 지수를 만들어 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마이크로섹터즈 팡 이노베이션 3배 레버리지 ETN(BULZ)으로 1578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QLD)도 864만달러 순매수했다.
기술주의 하루 수익률을 2~3배 쫓는 레버리지 상품에만 총 1억9981만달러가 순수하게 투자된 것이다.
여기에 S&P5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S&P500 ETF(UPRO)까지 852만달러를 순매수해 증시 상승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2억833만달러의 서학개미 자금이 몰렸다.
이는 파월 의장의 잭슨홀 쇼크로 인한 미국 증시 하락이 오래지 않아 마무리되고 반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승 레버리지 상품은 벤치마크 지수가 하락한 날이면 3배의 손실이 나기 때문에 조만간 상승할 것이란 확신이 없으면 투자하기가 어렵다. 벤치마크 약세가 이어지면 매일 하락률의 3배 손실이 누적되며 손해를 만회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확인 가능한 서학개미들의 가장 최근 매매 동향인 지난 8월30일 이후 31일부터 9월2일까지 3거래일간 TQQQ는 5.8% 하락했고 SOXL은 11.1% 급락했다. BULZ는 이 3거래일 동안 7.9% 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1.5%, 나스닥100지수가 2%,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0% 하락한 것에 비해 낙폭이 큰 것이다.
반도체주는 특히 수요 부진이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와 산업용 등 전체 반도체 부문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미국 정부가 고성능 AI(인공지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일부 규제하면서 최근 낙폭이 커졌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 조정이 머지 않아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순매도 상위 종목을 봐도 드러난다. 기술주 하락에 투자하는 숏(Short) 포지션을 대거 청산했기 때문이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8월24~30일 나스닥100지수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를 각각 3765만달러와 1355만달러 순매도했다.
통상 증시 하락 때 상승하는 CBOE(시카고 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의 단기 선물 지수를 1.5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VIX 단기 선물 ETF(UVXY)도 651만달러 순매도했다. 이는 증시 하락세가 잦아들 것으로 예상한 청산이다.
이 기간 동안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애플로 7658만달러를 팔아치웠다. 서학개미들은 지난주에도 애플을 9228만달러 순매도하는 등 5주째 매도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도 1025만달러 순매도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A, 아마존에 대해선 순매수로 돌아섰고 지난주 고성능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이 미국 정부의 규제를 받게 됐다는 소식에 폭락한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소폭 매수 우위를 보였다.
미국 증시는 5일(현지시간) 노동절로 휴장해 이번주 거래가 4일로 단축되는 가운데 여전히 연준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이 매년 8번 발표하는 미국 경제에 대한 종합 보고서인 베이지북이 오는 7일 발표되고 8일엔 잭슨홀 심포지엄 이후 처음으로 파월 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8일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케이도 인스티튜트에서 연설한다. 잭슨홀 연설 이후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반응에 대한 언급과 지난 8월 고용지표에 대한 의견 표명이 있을지 주목된다.
파월 의장 외에도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리치먼드와 클리블랜드, 시카고,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연설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오는 7일엔 애플이 신제품 공개 행사를 갖는다. 아이폰14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