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K-주식 쇼핑!"
지난 9월 말 코스피가 2200선 밑으로 주저앉자 시장은 절규했다. '코스피는 끝났다'는 소리까지 나오며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쏟아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남몰래 웃었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바닥을 다질 때 조용히 주식을 쓸어담았다. 외국인 매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자 지수도 꿈틀대며 바닥에서 올라왔다. '차이나 런'(China Run) 현상도 호재로 작용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7거래일 연속 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1일부터 약 1조775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개인이 1억6740억원을 팔아치운 것과 비교된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도 '6만전자'로 복귀했다. 삼성전자는 200원(0.32%) 오른 6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1.71%), LG화학(3.47%) 등도 상승 마감했다.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코스피 반등을 주도한 건 외국인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3연임 확정 전후 차이나 런 자금이 한국증시로 이동한 모습도 포착된다.
운용규모 987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이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한국을 늘리는 등 투자성과 기준 지표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금의 신흥국 자금 운용규모는 14억8000달러다.
통상 중국발 리스크가 불거지면 한국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 패턴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반도체, 전기전자 등 IT 업황이 부진함에도 대만 주식을 팔고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펀더멘털(기초요건)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도 시진핑 3기 정부 출범 후 중국과 대만이 자산배분을 하기에 부적합한 시장으로 꼽히며 투자자금이 피어그룹(비교집단)인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강세에 따라 상대적으로 코스피가 저평가된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을 돌리는 요인이다. 지난달 2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4.2원을 기록하며 13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현재 1360원 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외국인들은 우량주를 주워담았다. 지난 9월29일부터 11월8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주식 약 5조40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2조원 △삼성SDI 1조370억원 △SK하이닉스 7880억원 △LG에너지솔루션 7270억원 등 전기전자, 2차전지주(株) 위주로 순매수했다.
박소연 팀장은 "지난달에만 외국인들이 약 5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는데 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매수가 대부분이었다"며 "환차익을 노리는 외국인의 초단기 매수세가 들어온 영향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급증했던 공매도에 대한 숏커버링(환매수)도 외국인 매수를 늘리는 데 영향을 줬다. 숏커버링이란 공매도 투자자들이 빌려서 판 주식을 되갚기 위해 다시 주식을 매입하는 걸 말한다.
그간 코스피가 줄기차게 하락하며 공매도가 늘었다. 지난달 7일 국내 주식시장의 공매도 비율이 13.9%로 집계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치는 2016년 1월12일 9.9%였다.
증시가 반등하자 공매도 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보통 11월 이후 북클로징(회계연도 장부 마감·결산)이 시작되고 그 이전에 변동성이 다소 완화된다. 이 가운데 공매도 비중이 높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숏커버 물량이 몰리면 증시 반등에 탄력을 줄 수 있다.
최근 공매도 거래대금도 줄고 있다. 지난달 2째주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는 5968억원이었으나 이번달 1째주 4456억원까지 줄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의 숏 마인드가 옅어지면서 이번달 국내 주식시장은 하락폭이 컸던 종목들을 중심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