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고점을 지났다는 인식에 장기채권으로 뭉칫돈이 몰린다. 금리가 장기 하락 추세로 전환될 경우 금리 변화에 민감한 장기채 가격은 더 크게 반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특히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장기채 레버리지'로 눈길을 돌린다. 리스크는 높지만 금리 하락폭에 따라 원금의 2배 이상 높은 수익률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 국공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21일 4.63%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 11일에는 3.89%로 약 20여일만에 0.74%포인트 급락했다. 30년물 역시 같은 기간 4.39%에서 3.86%로 0.53%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장기채 금리도 급격히 떨어졌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24일 4.25%에서 지난 11일 3.9%로 0.35%포인트 내렸다. 특히 미국 10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 지난 10일에는 채권 투자심리가 완화하면서 하루만에 0.29%포인트 급락했다. 미국채 30년물 역시 지난달 24일 4.39%에서 지난 10일 4.06%로 내렸다.
채권 수익률이 하락했다는 건 반대로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이후 줄곧 하락하기만 하던 채권 가격은 최근 일제히 반등했다.
가장 큰 요인은 인플레이션 완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 10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7.7% 상승으로 시장 예상치(7.9%)보다 낮게 나오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금리인상도 다소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중요한 건 채권 가격의 '바닥'을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75%~4%로 연준 점도표상 예견된 최종금리(4.6%)에는 못 미친다. 몇 번의 금리 인상이 더 남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동안 채권 시장은 기준금리 5% 수준까지 가격을 반영해 왔다. 기준금리가 이보다 더 올라가지 않는 이상 채권 가격은 지금이 바닥이라는 의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 금리는 이미 지난 10월에 고점을 봤다고 생각한다"며 "단기적으로 금리가 너무 급락해서 되돌림 할 여지도 있지만 미국 장기채의 경우 내년 상반기쯤에는 3.5%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장기채 투자로 눈을 돌린다. 채권은 잔존만기가 길수록 금리변동에 따른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 장기적으로 금리 하락 추세가 진행된다면 장기채의 가격 상승폭은 더 커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개인투자자들은 미국채 30년물에 투자하는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ETF(상장지수펀드)를 212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국채 10년물에 투자하는 'KODEX 국채선물10년'와 'KOSEF 국고채10년'은 각각 34억원, 28억원 어치 순매수다.
장기채를 활용한 레버리지 상품도 있다. '메리츠 레버리지 미국채30년 ETN(H)'는 미국채 30년물 가격에 2배 연동한다.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 역시 미국 장기채 가격에 2배만큼 움직이는 ETF다.
서학개미들도 미국 장기채 ETF 매수에 나섰다. 미국채 20년물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20+ 이어 트레져리 본드'(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티커 TLT)는 최근 한 달 간 391억원 순매수했다.
20년물 가격에 3배 연동하는 레버리지인 '디렉시온 데일리 20+ 이어 트레져리 불 3X 셰어즈'(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 티커 TMF)의 순매수 규모는 281억원이다.
보통 '채권은 안정적이지만 재미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주식보다 기대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 변동이 큰 장기채를 이용한 레버리지는 주식 못지 않게 높은 수익률이 가능하다.
'메리츠 레버리지 미국채30년 ETN(H)'는 지난 8월2일 1만725원에서 지난 11일 6595원으로 고점 대비 38.5% 하락했다. 만약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지난 8월 수준(3%)까지만 내려와도 레버리지 ETN은 60% 이상 수익이 가능하다. 금리 인상기였던 최근 1년 간 국채 30년물 곱버스(반대로 2배) 상품인 '메리츠 인버스 2X 국채30년 ETN' 가격은 2배 올랐다.
ETF나 펀드가 아닌 장외 시장을 통한 채권 직접 매수도 증가세다. 국내 한 증권사의 채권상품팀장은 "단기채 위주로 롤오버(재투자)하는 고객도 있지만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고객들은 장기채를 많이 찾는다"며 "특히 달러 자산이 많은 자산가들은 미국채 투자를 많이 문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추세여서 미국채보다는 국채 투자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달러로 투자해야 하는 미국채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환차손을 입는다.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에 투자 할수도 있지만 헤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는 "기존에 달러를 가진 투자자라면 미국채 투자가 유리하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국내 채권이 더 저평가 돼 있다"며 "자산배분 측면에서 미국채와 한국채를 반반씩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