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제품인 줄 알았는데"…군부대 납품된 설비, 알고 보니 '규격 미달'

"특허제품인 줄 알았는데"…군부대 납품된 설비, 알고 보니 '규격 미달'

황예림 기자
2026.06.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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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의 규격 미달 전기설비를 특허가 적용된 우수조달물품이라고 속여 수년간 전국 군부대에 납품한 업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적발됐다./사진제공=국민권익위원회
저가의 규격 미달 전기설비를 특허가 적용된 우수조달물품이라고 속여 수년간 전국 군부대에 납품한 업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적발됐다./사진제공=국민권익위원회

저가의 규격 미달 전기설비를 특허가 적용된 우수조달물품이라고 속여 수년간 전국 군부대에 납품한 업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적발됐다.

권익위는 우수조달물품 납품 비리 의혹을 조사한 결과, 관련 업체를 적발해 국방부와 경찰청, 조달청 등 관계기관에 사건을 이첩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A업체는 배전반·분전반 분야 우수조달물품 지정 업체다. 우수조달물품은 중소기업과 초기 중견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신기술이나 특허가 적용된 제품 가운데 조달청 심사를 거쳐 지정되는 물품으로, 해당 업체는 제품을 직접 생산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권익위는 지난해 11월 A업체가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배전반·분전반 대신 직접 생산하지 않은 저가의 규격 미달 제품을 군부대에 납품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권익위는 일부 부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방부 직할부대와 육·해·공군 부대 등 12개 부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A업체와 체결한 납품 계약 80건이다.

조사 결과, 표본으로 조사한 계약 80건 모두에서 납품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업체는 특허 기술이 적용된 우수조달물품을 직접 생산해 납품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무자격 업체가 생산한 규격 미달 제품을 군부대에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의 검수 절차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설비는 격납고와 통신시설, 지휘통제시설 등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군 시설에 설치되는데도 우수조달물품 설치 여부에 대한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설계 단계에서 A업체 제품이 규정을 벗어나 지정된 정황도 확인됐다. 국방부 규정에 따르면 설계 중 특정 제품의 선정이 필요한 경우 의사결정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국방부는 계약 발주를 위한 설계 단계에서부터 A업체의 제품번호 등을 특정했음에도 심의 절차 없이 A업체 제품을 지정했다.

권익위는 이번 표본조사 대상을 포함한 A업체의 군부대 부정 납품 규모가 58개 부대, 총 195건의 계약, 약 17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권익위는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추가 비리 적발을 위해 사건을 관계기관에 이첩하는 한편 제도 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설계 단계에서 특정 제품을 임의로 명시하지 못하도록 관련 절차를 강화하고 나라장터에서 우수조달물품의 이미지와 영상, 일반 제품과의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또 납품 검수 과정에서 우수조달물품의 특징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국방부와 조달청에 제안했다.

이명순 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국가의 튼튼한 안보를 위해 군 시설의 안전과 관련된 납품비리는 더욱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우수조달물품 지정제도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지원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납품비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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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림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황예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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