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은 지능화·조직화 경향을 보인다. 금융당국은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기능을 강화하고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 제도를 활용하는 등 범죄를 뿌리뽑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특사경이 검찰과 함께 지난 16~17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에코프로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2020~2021년 전·현직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뒤 부당이득을 얻은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중대한 불공정거래 사건을 빠르게 수사하기 위한 패스트트랙 절차를 활용했다. 불공정거래 조사·심리기관 협의회(조심협)가 지난달 말 패스트트랙을 활용해 불공정거래에 신속·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뒤 이뤄진 첫 압수수색 사례다. 조심협은 한국거래소와 금융위·금융감독원, 검찰 등 불공정거래 조사 관련 기관들의 협의체다.
금융당국이 인지한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려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심의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 증선위원장 긴급 조치인 패스트트랙은 자조심과 증선위를 거치지 않고 검찰에 불공정거래 사건을 통보하는 제도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패스트트랙으로 20건의 사건을 검찰에 통보했다. 코로나19(COVID-19) 진단키트 사건, 에디EV 쌍용자동차 먹튀 사건, 주식 리딩방 사건이 대표적인 패스트트랙 활용 사례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부터 불공정거래로 제재 조치를 받은 대상자 명단도 공개했다. 증선위 제재를 받으면 2개월 뒤 명단 공개가 이뤄진다. 지난달 9일 공매도 규제를 위반한 5개 법인명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달 8일 불법 공매도로 각각 38억7000만원, 21억8000만원의 과징금 제재를 받은 A사와 B사는 5월 중 공개된다. 이들 회사는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에 따라 과징금 처분을 받은 첫 사례다.
불공정거래의 핵심 축인 자본시장 특사경은 2021년 말 기능이 강화됐다. 인원이 16명에서 31명으로 늘어나고 패스트트랙 사건뿐 아니라 증선위 의결에 따른 검찰 고발 및 통보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도록 직무 범위도 확대됐다. 특사경은 불공정거래 수사 사건 적체 해소를 위해 2019년 7월부터 운영됐다. 금융당국은 2021년 9월 출범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수사협력단 운영을 위해 파견 인력도 6명에서 9명으로 확대했다.
조심협에서 지난해 말 상장사 임직원이 자사주를 사들인 경우 거래소가 상장사에 자동 통보하는 시스템인 K-ITAS 활용도를 높이기로 한 것도 불공정거래 예방 조치로 꼽힌다. 상장사가 임직원들로부터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얻어 거래소에 K-ITAS 서비스를 신청하면 매매내역 보고 의무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K-ITAS 이용률을 높여 불공정거래 감시 체계를 확대하고 임직원들의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불공정거래 당사자에 대한 자본시장 거래 제한,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 등 다양한 제재수단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에 형사처벌뿐 아니라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부당이익 금액의 2배 이하, 부당이익 산정이 어려운 경우 50억원 이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