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부터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다. 이 법의 기본 취지는 분명하다.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고 무책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아 공정한 노동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는 좋은 취지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혼란 없이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현재 벌어지는 여러 논란은 찬반 문제를 넘어 준비가 부족한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먼저 논란의 핵심은 법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개정법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나 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지만 어디까지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지 분명하지 않다. 정부가 내놓은 해석 지침도 추상적 용어를 반복할 뿐 현장에서 반드시 따라야 할 기준을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사례라도 기업과 노조가 서로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리는 일이 빈번하다.
행정 지침이 지닌 한계가 결국 법적 분쟁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행정 지침의 내용이 하급심 판결에 기초해 작성됨에 따라 불명확성이 가중되고 그로 인해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어지는 분쟁 사례가 증가하는 등 법적 안정성이 저하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분쟁이 가는 사례가 늘 것이다. 분쟁을 줄이려 만든 지침이 오히려 소송을 부추기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기업뿐 아니라 노조에도 부담이다. 장기 분쟁에 휘말리면 본래 노조가 지향하는 조합원 보호라는 목적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논의가 충분했는지도 되짚어야 한다. 노사 관계 제도는 한 번 충돌하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시행 전 충분한 숙의와 합의가 중요하다. 그러나 입법과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예고기간과 제한된 논의로 산업현장의 세밀한 상황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미 법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과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 법 시행과 함께 교섭 요구가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고 특히 원·하청 관계에서 사용자성 논란이 교섭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용승계 관련 추가 입법 논의까지 겹치면 인력 재배치 같은 경영 판단이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불확실성 증가는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 투자 위축과 고용 안정 악화로 연결될 우려가 크다.
이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급히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원활한 연착륙이다. 시행령과 행정 지침을 보완해 교섭 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하고 노사정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숙의 구조를 마련해 기준을 다시 다듬어야 한다. 일정 유예 기간이나 단계적 시행은 법안을 미루려는 의도가 아니라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필수 준비 과정이다.
법은 특정 집단의 승리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예측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규칙이어야 한다. 충분한 보완과 준비를 거쳐야만 개정 노조법의 취지인 산업 경쟁력 강화와 노사 관계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선택은 성급한 시행이 아니라 책임 있는 유예 기간과 정교한 보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