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은 '만스닥' 됐는데 '천스닥' 바라만 보는 코스닥…왜?

홍재영 기자
2023.09.24 11:40

[MT리포트-코스닥 엑소더스]②

[편집자주] 2차 전지를 비롯한 기술주 랠리 속 코스닥 시장이 활황을 맞았다. 올해 코스닥 시장은 거래대금과 지수 상승률 모두 형님인 코스피를 앞섰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 활황에 힘입어 성장한 기업들은 시가총액이 커지자 일제히 코스닥 시장을 등지고 있다. 코스피 2부 리그라는 꼬리표는 언제쯤 뗄 수 있을까. 코스닥 시장 기업 이탈 잔혹사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출범 27년을 맞는 코스닥 시장은 IT,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등 한국 첨단기술·문화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해왔다. 과거 IT 버블로 인해 지수가 2000을 넘긴 적도 있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기준 지수인 1000선에도 못 미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나스닥 시장이 꿈의 지수인 1만선을 넘어 '만스닥'이 된지 3년째이지만, 코스닥 시장은 여전히 1000선만 바라보는 답보 상태다.

코스피 거래대금 앞질러도…지수 탄력 못 받는 코스닥

코스닥 시장은 1996년 7월 개장해 지난 7월로 만 27주년이 됐다. 그러나 IT 버블이 걷힌 2000년 이후 코스닥 지수가 기준점인 1000선을 한 번이라도 넘은 것은 2021년과 2022년 뿐이다. 그마저도 시가와 종가가 모두 1000선을 넘는 것은 실패했다.

현재 코스닥 지수 산출법은 나스닥 지수와 거의 유사한 시가총액식 방법이다. 비교시점의 유동시가총액을 기준시점의 유동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에 기준 지수인 1000을 곱해 산출한다. 코스닥 지수 최초 개발 당시에는 기준지수가 100이었지만, 2004년 1월부터 1000으로 변경했다. 미국의 나스닥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수들이 이러한 시가총액 가중 방식을 이용해 산출된다.

일부 기업들 코스피 이전 상장으로 인해 코스닥 시가총액이 줄더라도, 지수 하락과 직결되진 않는다. 기준시점과 비교시점의 시가총액 모두에서 시총 변동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코스닥 지수가 만년 '천스닥 바라기'인 이유는 시가총액이 줄어드는 문제보다는 시장 주목도가 높은 기업들이 코스피 시장으로 빠져나가면서 시장 전체가 상승동력을 잃는다는데 있다.

올해 코스닥 시장은 형님인 코스피 시장보다 주목받았다. 에코프로그룹(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을 위시한 이차전지 업종 랠리가 소재, 장비주 등으로 온기를 확산하면서 코스닥 지수 거래대금은 역대급으로 증가했고 지수 역시 함께 치솟았다.

올해 1월3일 660.32까지 빠졌던 코스닥 지수는 이차전지주 랠리 속 지난 7월26일 956.40까지 오르며 '천스닥(코스닥 지수 1000)' 시대 기대감을 키웠다. 종가 기준으로도 올 들어 코스닥 지수 상승률은 30%로, 코스피(14.5%)를 웃돈다.

거래대금도 코스피보다 많다.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코스닥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7704억원으로,코스피(9조9892억원)를 앞질렀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 활황을 이끈 대표 기업들이 일제히 빠져나간다면 시장이 활력을 잃으면서 다시 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대형주 이탈에 늘 실적 부담, 구조적 성장 어려워

코스닥이 벤치마킹한 미국 나스닥의 경우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나스닥 지수는 2013년 10월 3000선에서 2021년 1만6000선까지 치솟아 5배 이상 증가했다. 등락이 있긴 했지만 2020년 처음 1만선을 돌파한 이후 현재까지 1만선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나스닥은 기술주 시장이라는 특성을 잘 살려 글로벌 2위 거래소로 거듭났다. 애플, 테슬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나스닥 지수 상승을 이끈 빅테크 기업들은 체급이 커진 이후에도 시장과 함께 동반 성장한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장르 불문하고 덩치가 커지면 시장을 등지는 것과 대조된다. 대형주가 빠진 코스닥 시장에 실체 없는 테마주와 적자 기업, 한계 기업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시장 발전을 저해한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실적이 뒷받침 돼야 수급이 유입되면서 기업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며 "현재 코스닥 시장은 실적 가시성이 코스피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해 구조적 성장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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