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 연장 놓고 중소형 vs 대형사 동상이몽

송정현 기자
2025.09.02 18:00

[MT리포트-24시간 주식거래 시대 열리나]③
대형사, "이왕 할거면 오전 8시부터 정규장 시작"
중소형사, 12시간 연장 반대 의견 거래소에 전달

[편집자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주식 거래시간 확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상자산은 물론이고 나스닥도 24시간 거래 체계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한 수순이라는 의견과 함께,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과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상당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주식 거래 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는 안을 두고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입장차가 극명하다. 중소형사는 인력 문제와 전산 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지만 대형사는 시장 점유율을 늘릴 기회라며 찬성하는 분위기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는 지난달 초부터 22일까지 거래시간 연장에 반대 의견을 내비친 회원 증권사를 대상으로 1대1 면담을 진행했다. 앞서 거래소는 거래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늘리는 방안에 대해 회원 증권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취합 결과 대형 증권사는 대부분 거래시간 연장에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리테일(개인 고객) 비중이 큰 대형사 입장에서는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수수료 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기업금융(IB) 부문이 주 수익원인 중소형사는 전산 시스템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수익 창출 효과가 미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시간이 12시간으로 늘어나면 거래량이 대형사로 쏠릴 수밖에 없다. 결국 대형사가 시장(리테일)점유율을 독식할 것"이라며 "중소형사는 IT 전산개발 비용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거래소가 설문조사에서 제시한 3가지 연장안에 대해서도 중소형사와 대형사 간 의견이 엇갈린다. 구체적으로 지난 7월29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진행된 거래소 설문조사에는 △1안 정규장 시작을 오전 8시로 앞당기는 안(시가 단일가 조기 개장) △2안 프리·애프터마켓 신설(호가 이전) △3안 프리·애프터마켓 신설(호가 미이전) 등 총 3가지 안이 담겼다.

대형사는 주로 1안을 선택했지만 중소형사는 2안 또는 3안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지난 3월 ATS(대체거래소) NXT(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40분~오후8시)에 필요한 인력과 전산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라며 "정규장을 1~2시간 앞당기는 건 무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왕 거래시간을 늘린다면 거래가 활발한 정규장을 늘리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도 더 나은 선택지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IT 인프라가 불충분한 중소형사는 현행 ATS(대체거래소) 체제와 유사한 2안과 3안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산 사고는 실시간 거래(접속매매)가 이뤄지는 정규장 시간대 주로 발생한다"며 "현재 ATS 프리·애프터마켓에만 참여하고 있는 중소형사는 정규장 시간 연장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정규장을 앞당기는 1안은 중소형사의 인력 운용에도 차질을 빚는다. 예를 들어 직원 2000명을 거느린 대형사는 절반 가량의 인력만 조기 출근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수백 명 규모에 남짓한 중소형사의 경우 전 직원이 1~2시간 일찍 출근해야 해 인사·노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거래소 내부와 금융당국과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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