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비만 디지털치료제 본격화, 제약사 로열티 수령”

성상우 기자
2025.10.21 13:05

더벨'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10년 전 '스마트 줄자'로 스타트업 업계에 이름을 알린 회사가 있었다. 물리적으로 팔을 쭉 뻗어 대보지 않더라도 한 번에 길이를 잴 수 있는 디지털 기기였다. 초창기엔 신체 사이즈 측정이 필수적인 패션 업계를 타깃으로 삼았지만 '디지털 측정' 기술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은 헬스케어라는 게 몇 년 뒤 입증됐다.

유망 스타트업이었던 베이글랩스는 지난달 엑스페릭스에 인수됐다. 한미약품과 진행 중이었던 비만 치료용 디지털 융합의약품 사업은 상장사라는 후광을 업고 더 힘을 받게 됐다. 세계 최초로 대형 제약사와 결합된 형태로 탄생을 준비 중인 디지털 치료제(AI-DTx)는 올해 중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IND)을 거쳐 2027년 상용화를 계획 중이다.

더벨과 최근 만난 박수홍(사진) 베이글랩 대표 겸 엑스페릭스 최고AI책임자(CAIO)는 “제약사의 신약과 AI 기반 소프트웨어 치료기기가 직접 결합된 치료제의 형태는 우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디지털 치료기기를 표방한 제품은 있었지만 실제 제약사의 신약과 결합된 하나의 치료제로서 출시를 앞두고 있는 제품은 없었다.

상용화될 경우, 전문의의 처방도 약과 디지털 치료제(AI-DTx)를 패키지로 묶은 형태로 동시에 이뤄진다. 약 복용과 AI 플랫폼(AI-DTx)을 통한 식이 중재, 운동 중재 등 생활 관리 지침까지가 하나의 치료제로 취급되는 셈이다.

박 CAIO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하나둘씩 시장에 나오는 것을 보면서 단독으로는 시장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다만 제약사의 약과 결합하면 더 폭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보완재가 될 수 있는 구조라고 봤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제네릭약이나 신약만을 출시하는 것보다 훨씬 차별화된 치료제를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엑스페릭스가 한미약품과 개발 중인 비만 디지털 치료제(AI-DTx)는 투약 뿐만 아니라 환자의 일상 생활까지 관리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개인화된 AI 기반 측정 플랫폼으로 환자 각각의 신체와 운동 능력에 맞는 식이요법과 운동 종류·방식을 제시한다.

최근 헬스케어 산업에서 가장 핫하게 언급되고 있는 비만·당뇨·고혈압·심혈관 계통 질환에선 투약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개개인의 생활 습관과 몸의 움직임이 중요한 데, 해당 영역까지 적극적인 치료의 범위로 삼겠다는 취지다.

한미약품과 디지털 신약의 수익구조를 정립한 계약도 국내 최초 사례다. 임상 과정에선 사전 협의된 마일스톤을 달성할 때마다 한미약품 측으로부터 일정 규모 현금을 수령한다. 임상 통과 및 품목 허가 뒤의 본격 사업 단계에선 판매량에 비례한 로열티를 받는 조건이다. 바이오텍 기업이 제약사와 맺은 ’라이선스 아웃‘ 계약 사례는 있었지만 결합된 디지털 융합의약품으로서 판매량에 대해 지속적인 로열티를 수령하는 구조의 계약은 없었다.

엑스페릭스는 이미 디지털 융합의약품 사업 추가 확장에 돌입했다.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근감소증 치료제를 AI-DTx형태로 개발해 임상에 돌입했다. 디지털 융합의약품 자체가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주목하는 신사업 영역인 만큼 해외 제약사들을 타깃으로 한 협업 확대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박 CAIO는 “이런 구조의 디지털 결합 신약을 몇 개 만든 뒤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타진해 볼 계획”이라며 “이미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해외 제약사들이 많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의료제품법‘을 시행하면서 관련 연구와 임상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곳이 국내라는 점도 기회 요인이다. 해외 제약사들 입장에선 디지털 융합 의약품을 시도하기 위해 국내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CAIO는 한미약품과의 디지털 치료제를 시작으로 엑스페릭스의 AI 헬스케어 신사업 전반에 대한 중장기 전략 수립에도 나선다. 엑스페릭스가 베이글랩스 창업자인 박 CAIO를 인수 회사 전문경영인 뿐만 아니라 모회사의 AI 총괄직까지 겸임하게 한 이유다. 박 CAIO는 엑스페릭스의 AI 사업을 헬스케어 영역을 시작으로 개인 신원정보·소재·투자 분야로 넓혀간다는 중장기 구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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