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AI(인공지능) 거품론' 여파로 기술주 중심으로 급락하면서 5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출렁였다. 코스피는 장중 지수 3900선이 붕괴됐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 투자자의 매물을 받아내면서 4000선을 지켜냈다.
코스피는 이날 117.32포인트(2.85%) 내린 4004.42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 때 3867포인트까지 밀렸지만 오후 시장에서 낙폭을 점차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4.68포인트(2.66%) 하락한 901.89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증시가 급락하자 코스피는 7개월여 만에, 코스닥은 15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등락이 현물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제도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5188억원어치, 코스닥에서 597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일일 순매도 규모로는 양대 시장 모두 올들어 최대치다. 개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2조5658억원, 5645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전날 미국 월가에서 AI 거품론이 불거지면서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종합지수가 2.04% 하락 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01% 하락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유력 투자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증시가 10~20%의 추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잇따라 경고했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도 기술주 낙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장중 한 때 9만6700원까지 내렸다가 오후에 4.10% 하락한 10만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2.50% 하락한 5만212.27로 마감하는 등 아시아증시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하며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은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10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한 때 1억5000만원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11.5원 오른 1449.4원으로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급등 피로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고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과도한 낙폭'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지난달 20% 가까이 상승했다"며 "단기 주가 급등으로 차익 실현 압력이 커질 수 있는 시점이지만 증시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