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는 내부통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8년 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의 재현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빗썸 측 사과문에 따르면 이 거래소가 전날 이벤트 당첨 이용자 695명에게 착오지급한 비트코인은 총 62만개다. 사고시각(저녁 7시) 거래가를 대입하면 60조5678억원어치 가상자산이 잘못 건네진 셈이다. 빗썸은 지급분의 99.7%를 회수했지만, 그 직전 시장에선 일부 비트코인이 대거 매도돼 시세가 왜곡됐다.
투자자들은 지출 전 잔고가 충분한지 확인하는 기본적 전산·행정절차조차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빗썸이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공시한 비트코인 보관갯수는 회사자산 175개·회원자산 4만2619개에 그쳤다.
금융권에선 실재하지 않는 자산이 장부에 기록되고, 그대로 유통돼 시장을 교란했다는 점에서 2018년 삼성증권 사태와의 유사성을 거론한다. 당시 금융당국이 강경대응에 나선 만큼 빗썸도 비슷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으로 '1주당 1000원'을 지급하려다 '1주당 자사주 1000주'를 직원들의 계좌에 잘못 입고하는 사고를 빚었다. 직원 수십명이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을 시장에 대거 내다팔아 삼성증권은 주가급락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사태는 중징계와 수년간의 민형사 소송으로 번졌다.
중앙화거래소(CEX·Centralized Exchange) 전반을 향한 불신이 확산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국내외 중앙화거래소 대다수는 거래속도와 관리효율 문제로 블록체인(온체인) 대신 증권거래소와 유사한 데이터베이스(DB)를 사용해 왔는데, 대형 거래소가 사고를 낸 만큼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이번 사고는 업계 전반의 정치적 악재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민감 쟁점이 산적한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 연말 금융위원회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여당에 제안한 바 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지위가 2단계 입법 이후 강화되는 만큼 공공성·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반대활동을 이어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3시 빗썸 사고경위와 피해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빗썸에 현장점검반을 급파한 상태다.
빗썸은 이날 새벽 4시30분 사과문에서 "지갑에 보관된 코인(가상자산)의 수량은 엄격한 회계관리를 통해 고객의 화면에 표시된 수량과 100%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매 분기 외부 회계법인과 진행하는 자산 실사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에서 회수하지 못하고 이미 매도된 비트코인 수량은 회사 보유자산을 활용해 정확하게 맞출 예정"이라며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이며 자산지급 프로세스 전반을 재설계하고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재발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