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판매 어려워지자…구조 유사한 '랩'으로 판매

김경렬 기자
2026.02.11 15:38
0212_ELS와-ELS-복제구조-상품-비교_26/그래픽=김현정

파생상품 손실 사태 이후 증권사에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가 어려워지자 일부 증권사가 ELS와 동일한 구조의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ELS는 상승장에선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확정수익이 없는 만큼 하락장에서 원금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런 구조의 상품은 과거 개인에게 조 단위로 팔렸다가 불완전 판매 논란과 함께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어 과도한 영업에 따른 불완전 판매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예드투자자문 주식형 랩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랩에서 팔리고 있는 해당 상품은 ELS와 유사한 'ELS 복제구조 상품'으로도 불린다.

증시가 활기를 띄면서 관련 상품에 대한 KB증권의 운용잔고는 2000억원까지 급증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전일 기준 목표수익률에 도달해 환급된 계좌를 제외한 운용잔고는 1400억원에 이른다.

이런 구조의 상품은 주가 고점엔 '매도', 저점엔 '매수'를 반복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시장이 하락할 경우 주식 편입비를 늘리면서 주식 비중을 줄이고, 시장이 상승할 경우 주식 편입비를 줄이면서 주식 비중을 늘려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증권사가 고객과 약속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물량을 샀다 팔았다하면서 수익을 내는 ELS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ELS와 ELS 복제구조 상품은 원금손실이 가능한 소위 '하방이 열려있는 상품'이라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ELS는 녹인(Knock-in) 구간을 넘어서면 손실이 확정되고, 복제구조 상품은 목표수익률을 실현하기 전 주식이나 지수가 떨어지면 손실을 입게 된다.

이 상품은 펀드와 랩을 가리지 않고 판매되고 있다. 예드투자자문은 지난해 유진자산운용과 협업해 '유진 챔피언 공모주&YED타겟리턴 목표전환형 펀드'를 출시했다. 목표수익률은 8%를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목표수익률 5%를 제시한 델타랩이란 상품을 판매 중이다. 누적 판매액은 7000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증가해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 등 국내 대표 주식을 개별 유형으로 구분해 모집하고, 그 시점의 주가와 편입 비율에 따라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 상품의 가입 기간을 3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랩의 계약기간은 회사가 정하기 나름이다. 선취수수료의 20%를 기간 환산해 환급받을 수 있다.

이런 상품에 대해 업계에선 최근 공격적인 영업이 이뤄지고 있어 리스크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23년 홍콩H지수 ELS 불완전 판매 사태로 ELS가 줄어든 가운데 유사 상품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일부 ELS를 복제한 상품이 팔린 바 있다. 2008년 동부자산운용의 동부델타펀드, 2013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RCF펀드, 2017년 아름드리운용의 가우스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조단위로 상품이 팔렸지만 하락장에서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현재는 운용되지 않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예드투자자문 랩 상품이 ELS 대체 상품으로 판매되는 건 아니다"며 "홍콩 ELS 사태 후 투자자보호를 강화했고 고난도 상품 전반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물론, 기초자산 변동성 확대 시 안내 체계를 마련하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3년 전부터 델타랩 판매 규모는 꾸준히 감소해 지금은 300억원 가량만 운용하고 있다"며 "10여년간 수익 상환된 이력을 바탕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구간에서도 꾸준히 고객 선택을 받았으며, 판매 시 랩어카운트 표준 프로세스를 준수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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