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국 주식 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섹터는 우주항공(Aerospace)이었고, 그 중심에는 주가가 폭등한 로켓랩(RKLB)이 있었다. 시장은 오랫동안 '스페이스X의 대안'을 찾아 헤맸고 로켓랩이 후보기업으로 거론됐으나, 실체를 들여다보면 2인자가 아닌 독자적인 엔드투엔드(End-to-End) 우주 생태계 완성자로 성장할 가능성까지 엿보인다.
월가의 스마트 머니가 로켓랩에 물밀듯 쏠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스페이스X의 메가 IPO가 다가올수록 그 독점력이 부각되겠지만, 역설적으로 주식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밸류에이션 팽창이 후발주자인 로켓랩의 가치를 함께 끌어올리는 동반 재평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2026년 2월 현재 장중 100달러 고지를 터치했던 로켓랩 주가는 60달러 중반대에서 견고한 숨 고르기를 진행 중이다. 월가는 로켓랩을 "수주잔고 1조5000억원을 쥐고 있는 우주 시스템 방산주"로 재평가하고 있다.
로켓랩의 비즈니스 모델은 △위성을 태워 우주로 보내는 로켓 발사 서비스 △스페이스 시스템 등 크게 2개 축으로 나뉜다. 발사 서비스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35% 수준이다. 주요 아이템은 1회용 일렉트론(Electron) 로켓으로 300kg급 위성을 싣는 소형 발사체다. 스페이스X의 팰컨9이 관광버스 규모라면, 로켓랩의 일렉트론은 원하는 우주궤도에 정확히 내려주는 배달 오토바이급이다.
일렉트론 외에 미 국방부의 극초음속 무기 테스트용 로켓인 헤이스트(HASTE)가 있다. 고마진 방산매출을 견인하는 아이템이다. 올해 첫 발사 테스트에 들어가는 중형 재사용 로켓 뉴트론(Neutron)도 있다.
이처럼 로켓랩은 자체적으로 로켓을 쏘지만 다른 한편에선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은 부품을 다른 기업에 팔기도 한다. 심지어 경쟁사 로켓을 사용하는 고객이나 로켓과 무관한 기업에도 공급한다. 스페이스 시스템 사업이라 일컫는데 주요 아이템은 △위성본체 △태양광 패널 △반동 휠 △별 추적기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 등이다. 회사 전체 매출의 65 ~70%를 차지한다.
2025년 12월 미 우주군(Space Force) 산하 우주개발국(SDA)으로부터 8억1600만달러(1조1000억원) 규모의 미사일 추적 위성 설계 및 제작 계약을 따냈다. 이는 로켓랩이 국가 안보 섹터의 핵심 공급망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2025년은 로켓랩에 있어 퀀텀점프의 해였다. 우선 폭발적인 매출성장이 있었다. 2025년 3분기 매출은 약 1억5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수치다. 2025년 연간실적 컨센서스는 8000억원 전후인데 목표치를 상향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월가의 판단이다. 실적은 2월 26일 장 마감 후 발표된다.
업계에서는 스페이스 시스템 부문의 태양광 어레이 수요폭증이 매출 성장을 견인했으며, 과거 저단가 계약들이 소진됨에 따라 이익률이 비약적으로 개선되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본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 재평가도 빠르게 이뤄지는 중이다.
가장 눈여겨 봐야할 지표는 수주잔고(Backlog)다. 2025년 하반기 기준으로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넘어섰다. 당장 신규 계약을 따내지 않아도 향후 2년간 매출이 담보돼 있다는 뜻이다. 특히 방산(SDA) 계약이 편입되면서 수주의 질이 크게 좋아졌다. 국가단위의 방산계약은 안정적인 매출과 함께 시장수익률 이상의 이익률도 보장돼 있다.
잉여현금흐름(FCF) 개선도 돋보인다. 로켓랩의 2025년 3분기 현금성자산은 9억7700만달러(약 1조35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뉴트론 로켓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본 지출을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시장이 가장 우려했던 대규모 유상증자 리스크도 크게 줄었다는 뜻이다.
로켓랩의 주가는 기술주 투자의 교과서적인 'J커브' 형태다. 상장초기(스팩합병)인 2021년에는 20달러를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고 2022~2023년에는 주가 3~4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시총이 2조~3조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던 시기인데, 회사는 이 때도 꾸준히 우주부품 기업을 인수(M&A)하며 내실을 다졌다.
이후 우주산업이 주목받으며 본격적으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는데 2024년에는 360% 상승, 2025년에는 추가 174% 상승하며 랠리를 펼쳤다. 특히 2025년 말 SDA 수주 뉴스와 함께 주가는 전고점을 돌파했고, 곧 이어 10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360억달러(약 50조원) 수준이며 주가는 65~66달러 구간에서 거래 중이다.
주가상승률만 놓고 보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이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 대한 월가의 조언은 "비싸지만, 팔 이유는 없다"로 요약된다. 최근 보고서를 발간한 15개 기관의 투자의견은 △강력매수 53.3% △매수 6.7% △보유 40.0% △매도 0% 등이다. 목표주가 밴드는 55달러~126달러, 평균 목표가는 93달러 가량인데 최근 목표주가 상향 러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로켓랩의 투자등급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향하고 105달러의 목표가를 제시했다.
현재 로켓랩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1.6배로 우주방산 평균(4.15배)을 크게 상회한다.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이익을 내지 못해 마이너스(-) 상태다. 하지만 월가는 50%에 육박하는 초고속 매출 성장세, 소프트웨어(AI/자율비행)가 결합된 우주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 프리미엄으로 반영하고 있다.
2026년 주가상승 요인이자 리스크는 뉴트론이다. 중형 로켓 뉴트론은 스페이스X의 '팰컨9' 시장을 직접적으로 빼앗아 올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다. 아르키메데스 엔진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발사를 성공할 경우 스페이스X의 시장을 빠르게 빼앗아 올 수 있다는 시그널이 된다. 마진율 퀀텀 점프와 함께 주가급등이 이뤄질 수 있다.
로켓랩은 한국과도 관계가 있다. 올해 1월말 한국 우주항공청(KASA)과 쎄트렉아이는 초소형 군집위성 검증기(NeonSat)를 우주로 발사했는데, 이 때 사용된 로켓이 로켓랩의 일렉트론이다. 글로벌 정부의 위성망 구축 프로젝트에는 스페이스X보다 로켓랩이 1순위 파트너로 낙점되는 추세다. 일렉트론에 뉴트론까지 가세하면 로켓랩의 점유율 확대가 드라마틱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내다봤다.
문제는 뉴트론의 첫 궤도 비행이 2026년 하반기로 지연되거나 폭발사고가 발생할 경우다. 이 경우 주가급락은 예정된 수순이다. 스페이스X의 IPO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기관투자자 자금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패시브 자금은 대장주로 집중되기 때문에 로켓랩 같은 투자대안은 오히려 외면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선 기회와 리스크를 감안해 발 빠른 이벤트 플레이를 하거나, 단기 추세에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 투자로 방향을 정하던지 해야한다. 이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변동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확실한 것은 뉴트론이 궤도에 안착하는 순간 로켓랩은 소형 발사체 시장의 강자에서 글로벌 우주 인프라의 '메인 스트림'으로 신분이 수직 상승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추가실험 비용투입이 없기 때문에 흑자전환 시점도 앞당겨진다. 시장에서는 2027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포트폴리오의 '알파(α)'는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