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력수요 급증으로 4년째 오르고 있는 전기주들이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 진입으로 또 한 번 탄력받고 있다. 전기관련주는 전력기기(변압기), 전선 그리고 전력 인프라 관련 종목들을 의미한다. 반도체나 조·방·원(조선·방산·원전) 등으로 수급이 몰리면서 전기주의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을 것이란 일각의 전망이 무색한 상황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기업종 대장주인 HD현대일렉트릭은 전 거래일 대비 5만6000원(5.54%) 오른 106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D현대일렉트릭 주가는 장초반 108만원까지 상승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장 마감 기준으로 38조원을 넘어섰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배전기기, 회전기기 등을 제작·공급하고 있고, 전력변환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추진 중이다.
변압기, 차단기 등 전력산업 핵심 설비를 생산하고 있는 효성중공업과 LS ELECTRIC 역시 이날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효성중공업은 전 거래일 대비 11만1000원(4.22%) 상승한 274만4000원, LS ELECTRIC은 3만1000원(4.49%) 오른 72만2000원으로 장 마감했다.
일반적으로 송전보다 배전 회사의 주가가 늦게 뒤따라 오는 경향이 있는데, 배전 중심 업체인 LS ELECTRIC의 경우 AI 슈퍼사이클 호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올들어 55% 넘게 상승했다.
전기장비 업종은 전 거래일 대비 5.20% 뛰었다. 코스피에서 대원전선과 대원전선우는 가격제한선까지 올랐고, 일진전기(14.15%), 산일전기(10.09%), 가온전선(8.34%) 등도 강세를 나타냈다. 코스닥에서는 세명전기(5.12%), 제룡전기(3.49%) 등이 상승했다.
전기주 주가는 미국 중심의 수주 소식에 실적 성장이 가시화하면서 탄력받았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빅3 업체의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수주 합계는 조단위다.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전력 밀도 상승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히는 미국 765kV 프로젝트 관련 수주 규모는 효성중공업 7871억원, HD현대일렉트릭 3563억원 등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LS ELECTRIC의 지난해 4분기 전력인프라 수주는 1509억원에 이른다.
이들 빅3 업체의 수주잔액은 올해 40조원을 넘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납기일을 맞추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북미를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전기주들이 지난 3~4년 동안 올라 다른 큰 섹터들로 수급을 뺏길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지금 상황은 달라 보인다"며 "AI용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 수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송전에 이어 배전까지 전반적으로 활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