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기로에 선 자본시장, 작용과 반작용

김세관 기자
2026.03.26 05: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번 달까지 영국과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아일랜드, 호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3.1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시장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립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분명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코스닥 시장을 1부(우량 혁신기업)와 2부(스케일업 기업)로 나누는 구조 개편 방안이 이날 제시했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복상장 금지와 일반주주 보호가 병행되면 코스피 1만 포인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기대가 담겼다. 그러나 정책이 언제나 기대대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강한 힘으로 내리친다면 상대는 큰 충격을 받는다. 다만 그 힘은 결코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같은 크기의 반대 방향 힘이 반드시 되돌아온다. 모든 힘은 균형을 향해 움직인다.

이 단순한 자연과학의 원리는 사회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특히 정부 정책은 선의로 설계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반작용을 낳기 쉽다. 자본시장에선 공매도 전면 금지가 대표적 사례다. 개인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위해 시행됐지만, 외국인 투자자 이탈과 시장 신뢰 저하라는 또 다른 비용을 남겼다.

하루에도 수십조원이 오가는 자본시장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거대한 용광로다. 정책의 작은 변화 하나가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손실이 된다. 그래서 자본시장 정책은 그 어떤 분야보다 정교하고 신중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자본시장 정책 방향도 마찬가지다. 중복상장 금지는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줄이고, 코스닥 1·2부제는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는 시장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시장의 초기 반응이 긍정적인 건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퇴출을 촉진하고, 전체 시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서다.

그러나 기대가 클수록 점검해야 할 변수도 늘어난다. 정책은 의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반작용까지 관리할 때 비로소 성과로 이어진다.

중복상장은 분명 주주가치 훼손 논란의 중심에 있었지만, 동시에 기업에게는 중요한 자금 조달 수단이기도 했다. 이를 전면적으로 차단할 경우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경로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코스닥 1·2부제도 시장 구조를 정교하게 나누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2부로 분류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 위축과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제도의 취지가 '구조 개선'이 아닌 '시장 이탈'로 이어진다면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향과 균형이다. 정책이 만들어내는 1차적 효과만큼이나, 그에 뒤따르는 2차적 반작용을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하느냐가 정책 성패를 가른다. 자본시장은 단순한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신뢰 위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신뢰는 강화될 수도 있지만, 한 번 흔들리면 회복에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강한 개입 만들어낼 반작용까지 계산하지 못한다면, 시장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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