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를 5000 코앞까지 끌어내린 4거래일 연속 약세의 배경엔 국내 반도체주 쌍두마차의 후퇴가 자리한다. 구글의 AI(인공지능) 최적화 기술인 '터보퀀트'가 촉발한 메모리 수요둔화 공포감이 미국 반도체주 급락에 이어 국내로 옮겨오며 증시 부담을 가중시켰다.
31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포함된 KRX반도체지수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5.14% 하락한 9033.98로 마감했다. 지난 25일 구글이 터보퀀트를 공식 발표한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4거래일 중 3거래일은 4% 넘게 지수가 떨어졌고 2거래일은 5% 이상 하락했다.
메모리 사용을 대폭 줄이면서 기존 AI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보니 가파르게 상승하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관련 종목의 투심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다.
3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불안감을 완화하는 발언을 내놓는 와중에도 미 반도체주들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증권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산업·증시 전문가들이 터보퀀트의 등장을 실질적 악재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하는 와중에도 매도물량 출회가 잇따라서다.
특히 국내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대거 팔아치우는 외국인의 행렬이 두드러진다. 이날에도 매도 상위창구엔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JP모간,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가 이름을 올렸다.
강재구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날 미국주식 보고서에서 "현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계속되는 강력한 투자사이클"이라며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아마존 등 초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올해 연간 자본지출 컨센서스는 연초 5131억달러에서 6415억달러로 상향됐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외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터보퀀트의 영향력이 예측 가능한 위험이지만 대응이 어려운 '회색 코뿔소'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메모리반도체업황에 긍정적 재료가 될 수 있는 호재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1월 국내외 반도체 관련주의 단기하락을 불러온 딥시크 사태처럼 하락폭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딥시크는 중국 스타트업으로 미국 빅테크(IT 대기업)들이 쏟아부은 돈의 10분의1도 안되는 비용으로 고성능 AI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첨단 AI 개발로 인해 AI용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도 단기간 영향을 줬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터보퀀트의 최종 승자는 메모리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최선호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