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준환의 미국스몰캡(35)]위기의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역주행 하는 쉐이크쉑(1/2)

최근 미국 외식주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파른 식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판매가격을 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눈치싸움 구도에서는 먼저 움직이는 쪽이 고객을 뺏기는 게 일반적이다. 경쟁사가 버티는 동안 나홀로 값을 올린 브랜드는 비싸졌다는 인식이 굳어지기 때문에 고객 재유입도 쉽지 않아진다.
대표적으로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이런 국면에 처해있다. 버거는 미국 상위 500대 외식 체인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카테고리다. 소비자 체감물가 지표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미국의 중저가 햄버거 단품 가격은 2017년 4.19달러에서 올해 6.12달러로 46% 뛰었다. 업계 1위 맥도날드의 경우 1분기 3.8%였던 매출성장률(미국내)이 2분기에는 0.8%로 급락했다. 객단가를 올려 매출은 소폭 성장했으나 방문객 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저소득층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서 저가 버거의 대명사가 흔들리고 있다는 월가의 진단이 나오면서 맥도널드 주가는 급락했다. 같은 중저가 진영의 버거 2위 웬디스는 사정이 더 나쁘다. 2분기 미국 동일매장 매출이 7% 역성장했다. 기존에 내놨던 연간 실적전망을 취소하고 배당규모도 줄이기로 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경영권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하반기 상황도 좋지 못하다. 버거의 경우 패티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소고기 기근이 길어질 조짐이다. 미 농무부(USDA)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기준 미국의 소 사육두수는 8620만 마리로 1951년 이후 75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1975년 정점(약 1억3000만 마리)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수년간 이어진 가뭄과 사료비 급등에 목장주들이 사육을 계속해서 줄이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지금 당장 사육을 늘려도 공급이 의미 있게 회복되는 시점은 빨라야 2028년이라는 것이 이코노미스트들의 계산이다. 소고기 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분쇄육의 평균 소매가는 지난 7월 ㎏당 약 2만1300원(15.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79%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빅맥지수 상승률(41%)의 두 배 가까운 속도다. 버거의 원가가 버거의 판매가보다 빠르게 뛰고 있다는 뜻이다.
맥도날드와 웬디스 같은 대중적인 프랜차이즈들이 흔들리는 것과 달리 최근 주가가 급반등하며 대비를 이루는 회사가 있다. 프리미엄 버거 프랜차이즈 쉐이크쉑(Shake Shack)이다. 쉐이크쉑 주가도 버거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15만4900원(110.67달러)까지 갔던 주가는 올해 6월8일 7만2200원(51.60달러)까지 밀리며 반년도 안 돼 53% 급락했다. 그러나 연중 고점 대비 20% 안팎 밀린 채 계속 미끄러지는 맥도날드와 달리, 쉐이크쉑은 6월 초 7만2000원선에서 바닥을 다진 뒤 2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44% 급등해 10만4100원(74.33달러)까지 회복했다.
쉐이크쉑이라고 상황이 달랐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맥도날드보다 경영여건은 더 좋지 못한 상태다. 쉐이크쉑은 맥도날드보다도 원가부담이 큰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는 매출에서 버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인데 소고기가 쉐이크쉑 식자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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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미국-이란전쟁 후폭풍도 맞고 있다. 쉐이크쉑은 다양한 지역으로 진출했는데 역대 최대 매출을 내던 라이선스 지역이 아랍에미리트(UAE)였다. UAE는 미국-이란전쟁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쉐이크쉑은 2분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실적을 공개하며 주가가 맥도날드와 정반대로 움직이는 중이다.
쉐이크쉑의 올해 2분기(4~6월) 매출은 5850억원(4억176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보다 17.2% 늘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43달러로 월가 컨센서스(0.30달러)를 41.7%나 웃돌았고, 조정 EBITDA(상각전영업이익)도 857억원(6120만달러)으로 예상치를 상회했다. 발표 당일 주가는 12.1% 급등한 10만4100원(74.33달러)으로 마감했고, 최근 2주간 상승률은 30%가 넘느다.
특히 월가가 주목한 포인트는 맥도날드에서 이탈한 고객이 쉐이크쉑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관측됐다는 점. 맥도날드는 판매가격을 올리면서 원가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결과로 고객이 줄었지만, 쉐이크쉑은 2분기 가격 인상을 6월 1.0% 한 번에 그치고도 방문객 수가 2.0% 늘며 4개 분기 연속 증가를 이어갔다. 2분기 소고기 구입비용이 전년 대비 10%대 중반으로 뛰면서 매장단위 이익률은 23.0%로 0.9%포인트 내렸지만 신규고객 유입이 늘어나며 실적의 질은 오히려 좋아질 것으로 경영진은 보고 있다.

미국의 버거시장은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제품판매에 주력하는 프랜차이즈(파이브가이즈, 쉐이크쉑, 인앤아웃)와 대중적이고 가격부담이 적은 메뉴를 앞세운 기존 업체들(맥도날드, 웬디스, 버거킹)로 분류된다. 물가상승으로 지갑사정이 어려우면 중저가 버거가 많이 팔려야 하는데 오히려 고가라인이 흥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 비싼 버거가 손님을 늘리는 이 역설은 어떻게 설명될까. 지갑 사정이 나빠질 때 소비자들은 전체 지출은 줄이면서도 특정 품목에는 오히려 돈을 더 쓰는 경향이 있다. 화장품 전체 구매는 줄여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립스틱은 고가 제품을 사서 심리적 결핍을 채우는, 이른바 립스틱 효과가 미국 버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글로벌 투자정보 업체 원리서치의 분석이다.
외식 횟수 자체를 줄이는 대신, 한 번을 먹더라도 몇천원 더 주고 제대로 된 버거를 먹는 쪽으로 소비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리서치는 소비자들이 맥도날드보다 비싼 쉑쉑버거에 줄을 서는 이유가 결국 제품의 디테일 차이에 있다고 설명했다.
원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시스템 매출 성장률 기준 쉐이크쉑은 15.2%로 미국 버거 체인 1위였다. 컬버스(14.2%), 인앤아웃(9.6%)이 뒤를 이었다. 반면 웬디스는 지난해 -5.2%에 이어 올해 2분기 미국 시스템 매출이 8.2%까지 뒷걸음쳤고 잭인더박스(-4.3%), 하디스(-5%)도 역성장했으며 맥도날드는 3% 성장에 그쳤다. 2022년 이후로 넓혀 봐도 쉐이크쉑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8.5%로 미국 버거 체인 가운데 가장 높다.
소비자들은 왜 더 비싼 버거에 줄을 서나. 프리미엄 버거의 경우 일단 맛이 다르다는 게 고객들의 평가다. 일반적인 패스트푸드가 냉동 패티를 쓰는 데 반해 쉐이크쉑은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쓰지 않은 100% 앵거스 생고기만 쓴다. 쉐이크쉑의 창업자 대니 마이어는 뉴욕의 유명 정육업자 팻 라프리다와 함께 마블링이 뛰어난 소고기로 패티를 만든 후, 뜨거운 철판에 눌러 굽는 스매시 방식으로 겉바속촉의 풍미를 완성했다.
빵도 다르다. 쉐이크쉑은 1950년대부터 감자빵을 만들어온 펜실베이니아 마틴스의 포테이토롤을 쓴다. 감자특유의 은은한 단맛과 폭신한 질감에 버터향을 더했다. 레시피가 공개되지 않은 시그니처 쉑소스도 흥행을 도운 마케팅 요소다. 이 밖에 감자튀김과 쉐이크 등 사이드 메뉴의 경쟁력도 뛰어나다. 프리미엄 버거 3인방은 대부분 이런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이게 최근 국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매장 환경도 차별점이다. 쉐이크쉑 매장은 도심 핵심상권과 공원인근에 주로 포진해 있다. 패스트푸드를 파는데 공간은 카페처럼 꾸미고 여기에 키오스크 도입에도 성공해 인건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키오스크 설치 매장의 디지털 주문 비중은 75~80%로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쉐이크쉑의 매출(2분기 기준)은 직영매장 판매액 96.6%, 해외·공항 등 라이센스 로열티 수입 3.4%로 구성된다. 라이센스 매장에서 판매된 금액은 본사 매출로 잡히지 않고 그 일부가 로열티로 들어온다. 직영과 라이선스를 합친 시스템 전체 판매액은 2분기 8760억원(6억2580만달러)으로 전년보다 13.8% 늘었다. 매장 수는 2분기 말 기준 직영 406개, 라이선스 297개 등 703개다. 미국 35개주에 약 460개, 런던·홍콩·상하이·싱가포르·도쿄·서울 등 해외에 250개 이상이 깔려 있다. 회사는 올해 직영 60~65개, 라이선스 40~45개를 새로 열고, 장기적으로 1500개까지 늘린다는 로드맵을 공식화했다. 현재의 2배가 넘는 확장이다.

쉐이크쉑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프랜차이즈 중 하나다. 매출액은 2021년 1조360억원(7억3990만달러)에서 2025년 2조230억원(14억4530만달러)으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 여파로 2022년까지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3년 83억원(592만달러)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25년에는 순이익이 696억원(4971만달러)으로 불어났다. 회사는 올해 매출 가이던스로 2조2400억~2조3800억원(16억~17억달러)을 제시했다. 2분기 말 현금은 4310억원(3억800만달러), 장기부채는 3480억원(2억4830만달러)으로 재무 여력도 넉넉한 편이다.
쉐이크쉑의 CEO는 파파존스에서 매출 7조3000억원(50억달러)의 기록을 세운 롭 린치가 맡고 있다. 린치 체제 이후 매장마진은 23%로 올랐고 분기 최대 출점 기록도 이어지는 중이다. 롭 린치는 매장의 디지털화에 특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일단 키오스크는 쉐이크쉑에서 마진이 가장 높은 판매 채널이다. 화면에서 메뉴 사진을 보며 고르는 손님이 계산대 주문 손님보다 음료와 토핑을 더 담아 객단가가 높게 나온다. 여기에 앱·배달주문이 늘어나는 중이다. 2분기 앱 채널 매출은 전년보다 30% 가까이 늘었고, 앱 고객은 방문 빈도와 연간 지출이 모두 높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마케팅 방식도 경쟁사와 결이 다르다. 경쟁 체인들이 5달러 세트류 초저가 할인전을 벌이는 동안 쉐이크쉑은 전면 할인을 하지 않는다. 대신 앱과 배달 등 디지털 채널에 2·4·6달러짜리 표적 쿠폰을 심어 신규 고객 유입과 재방문을 유도한다. 단골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유명 셰프와의 한정판 협업이 브랜드의 화제성을 만든다.
한국 투자자에게 쉐이크쉑은 낯선 회사가 아니다. 국내 쉐이크쉑을 운영하는 주체가 SPC그룹이기 때문이다. 2016년 허영인 SPC 회장의 차남 허희수 사장이 30여개 기업과의 유치 경쟁을 뚫고 한국 라이선스를 따냈고, 강남 1호점은 오픈 3일 만에 버거 1만여개를 팔며 흥행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SPC는 국내 33개, 해외 15개 등 48개 쉐이크쉑 매장을 운영한다. 쉐이크쉑 본사에서는 투자자 레터에 한국시장 상황을 상당부분 할애할 정도로 비중을 두고 있다.
한국의 쉐이크쉑 파트너사인 SPC는 지난해 남영탁·오준탁 셰프와 치킨버거 2종을 선보였고 올해는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아 손종원 셰프와 협업 메뉴를 내놔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매장의 번은 SPC 계열 삼립·샤니가 만들고 양상추·토마토 등 채소는 SPC GFS가 공급한다. SPC는 2022년 미국 본사와 계약을 맺고 말레이시아 사업권까지 확보해 쿠알라룸푸르에서도 매장을 늘리고 있다. 본사 입장에서 SPC 매장은 투자비 없이 로열티가 들어오는 성장모델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쉐이크쉑은 올 하반기 파나마·베트남 첫 진출과 미국 카지노 운영사 펜엔터테인먼트와의 카지노 입점도 예고했다.
상장돼 있는 버거 프랜차이즈와 관련한 월가의 투자의견은 쉐이크쉑 매수, 맥도날드 중립, 웬디스 매도 형태로 나뉜다. 쉐이크쉑은 PER 75배가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목표주가 상향은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쉐이크쉑 창업자 대니 마이어가 최근 6개월 사이 자사주 3만2258주, 약 28억원(200만달러)어치를 장내매수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현상으로 해석된다. 조시 실버먼 쉐이크쉑 이사도 두 차례에 걸쳐 약 7억원(5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