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사모펀드(PEF) 출자 사업 재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출자 재개 시점을 두고 IB(투자은행) 업계의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MBK파트너스에 대한 홈플러스 관련 사법 절차 진행 상황 등이 신규 출자 개시 시점을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압박 속에서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PEF운용사협의회를 탈퇴하는 등 사모펀드 업계 지형은 재편되고 있다.
21일 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기존에 약정된 국내외 사모펀드 관련 출자금 집행을 이어가는 한편 국내 사모펀드 신규 출자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사모펀드 운용사 측에는 출자 콘테스트(위탁운용사 공모 선정) 개시 가능성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에서 국민연금의 국내 사모펀드 신규 출자 재개를 유력시하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이달 3일 약 4000억원 규모의 국내 벤처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을 공고했으며, 벤처펀드 공모 절차가 끝나면 사모펀드 공모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수사 당국과 정치권에서 사모펀드 현안이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어 신규 출자 시점도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 회생 관련 사법 리스크, 국회의 사모펀드 관련 법안 추이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홈플러스와 관련돼 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2015년) 과정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일정 기간이 지나면 원금 상환이나 보통주 전환을 요구할 수 있는 주식) 방식으로 약 5800억원을 투자한 출자자인 것이다. 국민연금은 연례적으로 사모펀드에 신규 출자해 왔으나 지난해부터 신규 출자를 멈췄다.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유동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비롯해 사모펀드를 겨냥한 다수의 규제 법안이 상정돼 있다. 정보 교류 차단 체계(차이니즈월) 신설 의무화, 주요 출자자 적격 요건 심사, 영업보고서 공시 강화 등의 내용이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자율 협의체인 PEF운용사협의회는 국회의 법안 심사 과정에서 차이니즈월 신설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국회 검토보고서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반면 사모펀드 규제가 기존 규제와 겹친다며 금융투자협회가 제출했던 반대 논리에 대해서는 입법 대안이 검토 선상에 올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한앤컴퍼니는 PEF협의회에 회원사 탈퇴를 통보했다.
한앤컴퍼니는 산하 자산운용사를 설립 중인 단계이며 금융투자협회에 합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단체인 금융투자협회는 비법정 단체(PEF협의회 등)들과 비교할 때 대외 교섭력, 대관 채널 등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돼 왔다. PEF협의회는 올해부터 AUM(운용자산)별 연회비를 차등으로 납부받는 등 활동력의 근간인 예산 확대를 시도하는 한편 협회로 지위를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가 이탈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한앤컴퍼니는 국내에서 운용자산을 기준으로 2위 규모 운용사로 평가된다.
사모펀드 규제는 국회 입법과 금융 당국의 자율 규제 두 갈래로 동시에 진행되는 구도다. 금융감독원과 PEF협의회는 지난달 9일 기관전용 사모펀드 업무집행사원(GP·운용사) 표준내부통제기준을 공동으로 제정·발표했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 규제에 속한다.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 관련 수사 진척도와 신규 출자가 연계될 것이란 IB업계 관측 등에 대한 질의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