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한 번 나올 연구"…세계가 주목한 '꿈의 자성체', 韓 교수가 주도

"100년에 한 번 나올 연구"…세계가 주목한 '꿈의 자성체', 韓 교수가 주도

세종=김소연 기자
2026.04.22 00:00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에 대한 연구, 리뷰스 오브 모던 피직스 게재
과기정통부 '개인기초연구'가 15년 연구 묵묵히 뒷받침

발표 중인 박제근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사진=김소연 기자
발표 중인 박제근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사진=김소연 기자

#전기차에는 300개 이상의 영구 자석이 사용된다. 전기차 모터 뿐만 아니라 친환경 발전, 로봇 등 미래 산업에도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만약 일상에 필수품인 이 자석을 10억분의 1미터 수준으로 얇게 만들 수 있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

박제근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이 같은 질문에서 2010년 연구를 시작했다. 그후 16년, 1nm(나노미터) 두께의 세상에서 가장 얇은 원자 한 층으로 된 자석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van der Waals)'에 대한 연구가 물리학계 최고 권위지인 '리뷰스 오브 모던 피직스(Reviews of Modern Physics, 이하 'RMP')에 22일(한국시간) 자정 게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기초연구(리더연구) 사업 지원을 통해 수행된 이번 연구는 박제근 교수가 교신저자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완성됐다.

RMP는 해당 분야를 수 십년간 이끈 극소수의 연구자들에게만 초청 집필 기회가 주어질 정도로 게재가 매우 어려운 학술지다. 한국인이 1저자 또는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경우는 1929년 창간 이후 한자리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 이번 논문은 2010년부터의 연구 발자취를 정리해 단행본 출판시 25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박 교수도 "100년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성과"라면서 "2010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척한 연구가 이제는 매년 전 세계에서 1000편 이상 논문이 발표될 정도로 성장했다"고 감격을 표현했다.

자성 반데르발스 구현의 의미는?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연구 분야의 정체성과 학문적 도약을 한눈에 보여주는 개념도. 전체적인 이미지는 3D 프린팅으로 정교하게 제작된 구조물 형상을 띠고 있으며, 대표적인 2차원 물질인 '그래핀(Graphene)'과 유사한 벌집 모양(Honeycomb)의 2차원 골격(framework)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시각적 특징은 탄소 원자가 있어야 할 격자의 뼈대 자리에 '작은 나침반'들이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비자성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의 탄소 원자가 자성을 띤 전이금속 원자로 치환해, 원자 한 층 두께의 2차원 평면 자체에서 내재적 자성을 구현해 냈다는 연구 분야의 패러다임 전환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박제근 교수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연구 분야의 정체성과 학문적 도약을 한눈에 보여주는 개념도. 전체적인 이미지는 3D 프린팅으로 정교하게 제작된 구조물 형상을 띠고 있으며, 대표적인 2차원 물질인 '그래핀(Graphene)'과 유사한 벌집 모양(Honeycomb)의 2차원 골격(framework)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시각적 특징은 탄소 원자가 있어야 할 격자의 뼈대 자리에 '작은 나침반'들이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비자성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의 탄소 원자가 자성을 띤 전이금속 원자로 치환해, 원자 한 층 두께의 2차원 평면 자체에서 내재적 자성을 구현해 냈다는 연구 분야의 패러다임 전환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박제근 교수

이번 RMP에 게재된 논문은 3차원의 자석을 세상에서 가장 얇게 만든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van der Waals)' 분야의 연구 성과와 향후 전망을 집대성한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자석은 부피를 가진 3차원 형태다. 원자가 여러겹 쌓여 입체적인 형태여서 만지기 쉽고 자기적 성질도 안정적이다. 이를 깎아 원자 한층 두께에 불과한 2차원 평면 상태로 만든 후에도 자석의 성질이 유지될 수 있는지는 물리학계의 오랜 난제였다. 2차원 자성은 1943년 노르웨이 물리학자 라르스 온사거(Lars Onsager)가 이론적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누구도 실제로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박 교수 연구팀이 70여년이 지난 2016년에야 세계 최초로 해당 이론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박 교수는 해당 연구로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연구 분야를 처음 개척한 선구자 지위를 얻었다. 반데르발스 물질은 정전기적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반데르발스 힘으로 결합된 고체를 말한다. 여기에 자석 성질이 더해진 것이 자성 반데르발스다.

연구팀은 삼황화린철(FePS3)을 박리해 영하 118도 이하에서 자성 원자층을 하나씩 추출하는 방식으로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을 구현했다.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과 얇은 원자 한층 구조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자성이 있어 '자성 그래핀'으로 불리기도 한다.

초고속·초저전력 자기 메모리 구현 가능…조속한 상용화가 AI 반도체 주도권 '열쇠'

이번 성과는 산업적 응용 가능성까지 있다. 반데르발스 자성체 내 스핀(전자운동방향) 및 엑시톤(Exciton) 기반의 양자 현상 제어 기술은 차세대 스핀트로닉스(전기가 아닌 자성을 이용한 회전으로 정보를 이동)와 양자소자의 핵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층 단위의 초박막 자성체는 잘 휘는 유연 소자(Flexible Electronics)로의 확장이 용이하고, 반데르발스 이종 접합(Heterostructure)을 통한 수직 적층으로 고집적·초저전력 자기 메모리 구현이 가능하다. 특히 전력 소모와 데이터 병목 현상 해결이 AI 시대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조속한 상용화가 미래 AI 반도체 주도권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10년이 넘는 기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새로운 소자가 작동하는 것은 확인했지만, IT 대기업들이 이를 사용할지에는 간극이 존재한다"면서 "이 원천기술을 사용 가능한 기술로 확장해야 하는 길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저도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서 찬사를 받았지만, 결국 원천적인 공로는 그 분야를 개척한 개척자(First Mover)에게 돌아간다"면서 "한국이 과학 선도국가로 발돋움하려면 국가 지원 생태계가 완벽한 방패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김소연 기자

증권부 김소연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