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전문회사 나노캠텍이 설립 27년 만에 사명을 'LSK아이로봇'으로 변경한다. AI(인공지능)과 로봇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신사업 추진 의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사명의 'LSK'는 최대주주인 이상규 회장의 이니셜로,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직접 경영에 참여해 책임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상규 회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간단히 말해 내 이름 석 자 내걸고 경영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며 "그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안정화에는 성공했으나 소재 산업의 성장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망 사업인 AI 기반 로봇 소프트웨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나노캠텍은 나노스(Nanos) 등 도전성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해왔으나, 2021년 10월 이전 경영진의 회계 문제로 거래정지되는 위기를 겪었다. 이 회장은 2019년 인수 당시 101억원을 납입한 데 이어 2020년 30억원을 추가 투자했고, 거래정지 이후에는 사재를 처분해 75억원을 유상증자에 출자하는 등 총 2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2023년 2월 거래재개를 이끌어냈다.
인수 7년 만에 경영 일선 등판을 결정한 것은 오너 차원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다. 이 회장은 "기본적으로 기존 사업이나 신규 사업 모두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왔으나, 전문 경영인이 내리기 어려운 오너 차원의 결단을 빠르게 내리고 회사의 목표를 확고히 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금 손실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켜낸 회사인 만큼 이제는 제대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근 보유 자산 매각과 신사업 추진 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캔버스엔과 한일오닉스 지분 매각 등 자산 정리에 나선 것도 '선택과 집중'의 일환이다. 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확보한 재원은 차입금 상환을 통한 재무 구조 개선과 핵심 신사업의 R&D(연구개발) 및 기술 인프라 투자에 전액 활용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수익성이 낮거나 향후 추진할 AI·로봇 사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비핵심 자산을 과감히 정리하는 과정"이라며 "나노캠텍의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신사업 추진 방식에도 이 회장의 철학이 반영됐다. 최근 발표한 '원터치에이아이' 인수가 대표적이다. 원터치에이아이는 삼성SDS 인공지능 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출신인 최종원 중앙대학원 교수가 만든 랩(연구실 기업)으로 보유 기술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형식상으로는 지분 인수지만 사실상 설립과 투자에 가깝다.
이 회장은 "이미 완성된 기업을 사서 단기 기대감으로 몸값을 올리는 방식은 지양한다"며 "초기 단계의 원천 기술을 확보해 사실상 설립 단계부터 직접 공을 들이는 '진정성 있는 투자'로 AI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은 나노캠텍의 성장을 이끌 강력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2013년 조합을 통해 투자했던 상장사 경영권 매각을 통한 투자수익 창출, 2017년 디비인베스트먼트 설립 및 메자닌 투자, 2019년 사모펀드인 디비프라이빗에쿼티 설립 및 스타트업 투자 등을 통해 다양한 경영 노하우를 습득했다.
그는 "자본시장에서의 폭넓은 경험이 나노캠텍의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미래 가치를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거래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시장의 신뢰 회복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전 경영진의 과오로 인한 거래정지라는 뼈아픈 경험 때문에 시장의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사명까지 바꾸며 제 이름을 내건 것은 과거의 혼란을 마침표 찍고, 최대주주로서 보일 수 있는 마지막 진심을 전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나노캠텍은 안정된 경영 토대 위에서 AI와 로봇이라는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며 "과거의 편견보다는 앞으로 우리가 보여줄 실질적인 행보와 성과를 보고 다시 한번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